지난 24일 열린 서울옥션 8월 정기경매에서 31억원에 낙찰돼 한국 생존 작가 최고 경매값 기록을 세운 이우환의 1984년 작 <동풍>. 서울옥션 제공
“온통 경매 세상입니다.” 서울 강남 한 화랑주의 촌평대로다. 요즘 한국 미술시장은 경매로 시작해 경매로 끝난다. 양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원래 석달에 한번씩 정기경매를 열어왔으나, 지난 3월부터 매달 여는 체제로 바꿨다. 두 회사는 매주 아트상품을 포함한 온라인 경매까지 진행한다. 이에 따라 지난주엔 서울옥션(24일), 케이옥션(25일), 고미술품 전문 마이아트옥션(26일)이 잇따라 정기경매를 열었고, 그 전주와 이번주엔 양대 옥션과 군소 경매사들의 온라인 경매가 이어졌다.
서울옥션은 6월 243억원, 8월 203억원 등 정기경매에서 이례적으로 두번이나 2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올해 들어 매출액 100억원을 넘긴 정기경매만 각각 5번씩이다. 이달은 서울옥션이 203억원, 케이옥션이 91억원, 마이아트옥션이 24억원을 올려 사실상 월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작품 물량이 많고 가격이 가파르게 뛴다.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이건용 같은 작고·원로 대가들의 인기 작품과 별개로 최근에는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등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각광받는다. 지난 24일 열린 서울옥션 8월 경매에서는 이우환 작가가 1984년 그린 필획 작업 <동풍>이 31억원에 낙찰돼 한국 생존 작가 최고 경매값 기록을 세웠다. 양대 옥션의 올 상반기 낙찰 총액은 1309억원. 작년 연간 총액(517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총액은 3천억원 안팎의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
지난 25일 열린 케이옥션의 8월 정기경매 현장. 이우환의 점 그림에 대해 경매사가 호가하는 모습이다. 케이옥션 제공
지난해 국내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1153억원.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불과 반년 새 상황이 급변한 까닭은 뭘까? 미술판이나 시장 자체의 내재적 요인과는 거의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젊은 중산층·유한층이 미술품을 대체 투자재로 보고 경매시장에 뛰어든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미술품 경매와 온라인 경매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매출액이 계속 급증하고 낙찰률이 70~90% 선을 유지하는 등 활황 추세다. 이우환 등 인기 작가의 경우 2~3년 전 전시 홍보용 아트 포스터, 포장재까지 명품 라벨이 붙어 팔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화랑가의 기류는 또 다르다. 경매시장의 활기를 그들만의 호황이라고 공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잦은 경매로 화랑들의 1차 작품 시장을 갉아먹고, 화랑이 거래하는 일부 중견 원로 작가들의 작품값을 절반 이하, 심지어 10분의 1 수준까지 시작가를 낮추는 등 덤핑으로 영업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경매시장 활황이 세무당국을 자극해 양도소득세 등 미술시장 추가 과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화랑협회는 30일 양대 경매사에 “경매시장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극적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빚지 않도록 옥션 쪽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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