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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한·중·일 합작 대작영화 ‘무극’ 개봉하러온 천 카이거 감독

등록 2006-01-20 19:12

“우리 힘으로 아시아 문화 주류돼야”
장동건 운명·장바이즈 신분·히로유키 욕망 상징
난 운명 극복한 사람…때가 되면 내 ‘이상’ 추구
우리가 중국 영화에 열광한 지 퍽 오래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모두 3천만 달러를 들이며, 범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감성 액션 대작 〈무극〉을 들고온 천 카이거(54) 감독도 이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

“중국과 한국은 가깝지만 문화적 차이도 있고 취향도 다르다. 난 아직은 중국 본토 시장을 우선시하는 감독이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를 서양에서 재단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주류가 되는 걸 난 원한다.”

20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천 감독을 만났다. 영화는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 한·중·일 배우가 주역을 맡으며 일찌감치 화제가 되고 있다. 노예 출신의 쿤룬(장동건), 절대미를 갖춘 칭청(장바이즈), 야망을 좇는 장군 쿠앙민(히로유키)의 운명과 사랑을 장대하게 펼쳐 낸다.

중국에서 개봉된 지난달 15일 하루동안 〈무극〉은 1800만 위안(약 22억원)을 벌어들였다. 현지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치다. “주인공들은 운명, 신분, 욕망으로 하나 같이 부자연스러운 이들인데, 지금 격동하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저마다 처한 환경에서 공감하는 지점들이 있어서일 것”이라며 “상업적으로만 영화가 알려지고 있지만, 내가 방점을 찍은 건 바로 그 운명”이라고 천 감독은 배경을 설명한다.

하지만 감독과 투자배급자의 입맛이 다르고, 관객은 나라마다 또 다를 터. “운명 이야기가 훨씬 세밀하게 묘사된 중국 버전”과 이 대목을 상당 잘라낸 한국·미국 버전이 있다. 중국 버전(120분)이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미 버전(101분)이 골든 글러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체로 컴퓨터 그래픽이 허약하고,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는데다 이야기의 얼개가 치밀하지 않아 눈 높은 한국 관객을 얼마나 만족시킬지는 의문이다.

인터뷰 내내, 말은 길고 시선은 쉴 새 없이 좌우로 뻗는다. 비단 한국 영화 관객에게 작품을 이해시키려는 걸 넘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국 영화의 현실이 노정한 자신의 구실을 설명하는 몸짓들이다.

“(중국 영화시장의) 잠재력은 크지만, 동시에 어려움과 혼란도 많은 상황에서 유명 감독이 대작들을 만들어 관객 동원력을 우선 늘려놓는 게 의무”라는 생각이다. 물론 “대작은 모든 감독들의 꿈”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듯 보인다. 지금 중국 영화는 상업기획 영화 위주로 만들어지며 소수 유명 감독에게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첸 감독은 수혜자이며 피해자인 것이다.

함께 중국 영화를 처음 세계에 알렸던 ‘제5세대 감독’군의 장이모우는 이제 〈영웅〉 〈연인〉을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인 양 됐고, 천 카이거도 마침내 그 대오에 들어섰다.

문화혁명을 거쳤던 천 카이거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혁명은 대개 실패한다. 하지만 예술적 혁명은 다르다. 난 〈패왕별희〉만을 찍는 감독이 아니다. 혁명, 상업, 예술이 조화로운 새 영화언어를 꾸준히 고민한다.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때가 오면, 다시 내 (영화적) ‘이상’을 추구할 참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지금 자리까지 오른 내가 바로 운명을 극복한 사람 아닌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쇼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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