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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티븐 연 “중간에 낀 이민자 삶에 공감하며 연기했다”

등록 2020-10-23 17:55수정 2020-10-23 23:16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
리 아이작 정 감독 “자전적 이야기 담아 각본 써”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 화면 갈무리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 화면 갈무리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니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에 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훨씬 더 끈끈하게 결속했어요. 그런 얘기가 영화에 잘 담겨서 저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미나리>에 대해 이런 소감을 전했다. 23일 오후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미나리>는 미국에 이민 간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했다. 올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lt;미나리&gt;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미나리>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윌라 캐더가 네브래스카 농장에서의 경험을 담아 쓴 소설 <마이 안토니아>를 읽고 영감을 얻었어요. 1980년대 어린 시절 기억을 되짚어 가족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많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에요.” 그의 가족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미국 남부 아칸소에서 한국 채소를 재배하는 농장을 운영했다고 그는 전했다.

스티븐 연은 “나도 캐나다로 먼저 이주했다가 미국 서부로 와서 시골에서 살았다. 이민자의 삶에서 문화·언어 차이로 인한 트라우마 같은 걸 느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충분히 공감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뿐 아니라 많은 한국계 미국인의 삶과 닮은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한국말 ‘미나리’를 영화 제목으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처음부터 제목은 <미나리>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미나리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실제로 나의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심고 길렀어요. 우리 가족만을 위해 키운 건데, 농장의 다른 채소보다 훨씬 더 잘 자랐어요. 우리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lt;미나리&gt;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한명씩 콕 집어 설명했다. “고약할 정도로 거침없이 말을 뱉지만 속으론 손주들을 사랑하는 한국 할머니 역에는 윤여정 선생님이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모니카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외유내강의 인물인데, 한예리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어요. 스티븐 연은 사이에 낀 이민자 아버지 제이콥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선댄스영화제 수상 소식을 듣고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고 했다. “미국 관객들이 아칸소 시골의 우리 가족 이야기에 자신과 가족의 삶을 투영해서 좋아해 준 건가 싶었어요. <기생충>도 미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거든요. 이제는 한국적인 콘텐츠가 일반 미국 관객에게 다가가 공감을 사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미나리>를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각본상 후보로 예측하고 있다. 또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어느 식당에 가니 ‘축하합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셨네요’ 하더라. 그래서 ‘아직 오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곤란했다. 만약 후보에 못 오르면 내가 (연기를) 못한 게 되니까”라며 겸연쩍어했다. 그러자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보물 같은 윤여정 선생님을 알아본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lt;미나리&gt; 온라인 기자회견. 화면 갈무리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탓에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부산에 오지 못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부산에서 기자회견에 임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부산에 가서 돼지국밥을 못 먹어서 아쉽지만, 한국 관객들이 제 영화를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감독님과 스티븐 연, 아역 배우들도 다 같이 부산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속상하다. 그래도 부산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서 끝나고 <미나리>가 정식 개봉돼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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