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일상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넌지시 손을 내밉니다.”
개관 85돌 광주극장 영화제를 여는 김형수(51) 광주극장 이사는 15일 “코로나19 사태로 걱정했는데 영화제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화제는 16일부터 31일까지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을 개막작으로 모두 16편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마니아를 위한 작품도 상영된다. 1960년대 미국 독립영화를 상징하는 조 카사베츠의 <그림자들> 등 2편과 에릭 로메르의 <비행사의 아내> 등 3편이 상영된다. 지난해 열렸던 아네스 바르다 회고전 때 빠졌던 <방랑자> 등 3편과 베니스영화제 남자·여자 주연상 수상작(국내 미개봉) 2편도 스크린에 건다. 김 이사는 “특별상영작 중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은 우리에게 극장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여서, 광주극장에서 보면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56석이 있는 광주극장은 한 개짜리 스크린을 가진 단관 형태로 운영된다. 유은학원 설립자 최선진씨가 1935년 10월 광주 충장로5가에 연 “광주 조선인 최초의 영화 전용 상영관”이었다. 김 이사는 “단관 형태를 유지하면서 85년째 그대로 있는 영화관은 광주극장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해방 전엔 창극단·판소리 공연이 열렸고, 해방 직후엔 전남건준 결성식(8월)과 해방 축하 국악공연(9월)이 열렸던 곳도 광주극장이다.
광주극장은 전국 25곳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중 하나다. 2000년대 이후 광주의 많은 영화관이 전국 연계망을 가진 복합상영관에 밀려 사라졌던 것과 달리 광주극장은 ‘약속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이사는 “광주의 부모 세대들이 많은 영화를 봤던 광주극장은 도시의 역사다. 시민들이 광주극장을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5가에 있는 광주극장. 광주극장 제공
이 때문에 대구·강릉시처럼 민간예술극장을 공공자원으로 보고 조례를 제정해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 이사는 “운영이 힘들지만 극장 주변 ‘영화의집’에선 문화·예술강좌도 열고 있고, 독립서점 인문공간 ‘소년의서’가 우리 극장 이웃이 됐다. 이런 인문학 공간이 계속 들어서면 광주의 영화와 책, 인문학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극장 편의시설을 조금씩 보완하면서 전용관 특성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