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김창옥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찍은 영화에서 ‘제 민낯’ 발견했어요”

등록 2020-06-09 19:44수정 2020-06-10 02:37

[짬] ‘소통 전문가’ 유튜버 김창옥 강사

‘소통 전문가’로 이름난 김창옥 강사가 자신의 가족과 일상을 제3자의 눈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를 개봉한다. 사진 김창옥아카데미 제공
‘소통 전문가’로 이름난 김창옥 강사가 자신의 가족과 일상을 제3자의 눈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를 개봉한다. 사진 김창옥아카데미 제공

‘소통 전문가’, ‘강연계의 비티에스(BTS)’. 김창옥(47) 강사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는 지난 19년 동안 7천번 넘게 ‘변화’와 ‘소통’을 주제로 강연하고, 8천만 건 넘는 유튜브 조회수를 올렸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려온 ‘스타 강사’다.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10일 개봉)가 나온다고 했을 때 든 생각은 아이돌 가수처럼 화려한 모습만 담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영화 속 그는 무대 위의 ‘완벽한 김창옥’이 아니었다. 가족과 소통을 잘 못하고, 화를 내고, 찡그리며 아파하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화 기술시사 때 처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저렇게 화가 많았나? 부끄러웠어요. 지인들이 인터뷰한 장면에서 나에 대해 ‘소통을 잘 못한다’, ‘이런 게 문제다’ 해서 억울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겉모습만 보고 저렇게 말할 수 있지? 그런데 거꾸로 나도 강연이나 컨설팅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말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훨씬 더 부끄러웠어요.”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 강사를 만났다.

공고 나와 성악과 입학…남다른 ‘고초’
“열등감 벗어난 체험담 소개해 인기”
19년간 7천여회 강연 유튜브 스타로

쌍둥이 아들 보며 부친과 ‘불통’ 자각
“김봉한·신승환 감독 집요하게 촬영”
다큐멘터리 ‘들리나요?’ 오늘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lt;들리나요?&gt; 포스터. 사진 배급사 트리플픽쳐스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 포스터. 사진 배급사 트리플픽쳐스 제공

그는 애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영화의 결과물을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처음엔 영화로 개봉하게 될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7살 쌍둥이 아들들 때문이었다.

“큰딸과는 잘 지냈는데, 쌍둥이 아들들에겐 엄하고 무뚝뚝했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문제를 일으켜 상담을 받아보니 아빠와 소통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아버지와 소통을 하지 못 했거든요. 그게 제 아들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았어요. 묵은 숙제를 풀어야겠구나, 아버지와 못했던 소통부터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그는 제주도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릴 때 청력을 읽은 뒤 평생 석공으로 일했다. 집에만 오면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그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이제라도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되찾아드리고 소통하고 싶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려 했다. 이 얘기를 들은 김봉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신승환 배우까지 감독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버지가 수술을 받고 청력을 되찾는 건 일부분이다. 상당 부분은 김 강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두 감독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민낯과 뒷모습을 집요하리만치 담아냈다.

“무대에선 얼굴뿐 아니라 마음에도 분장을 해요. 광대놀음처럼 해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저는 제 강연 영상을 잘 못 봐요. 분칠한 제 모습을 보는 게 어색하고 불편해요. 그런데 영화 속 제 ‘생얼’이나 등의 흉터는 보게 되더라고요. 부끄러우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그는 군대에 다녀온 뒤 25살 나이에 뒤늦게 경희대 성악과에 들어갔다. “가보니 다들 예고 출신이고 공고 출신은 저밖에 없었어요. 기죽지 않으려고 몸에 힘을 엄청 줬어요. 노래도 잔뜩 힘줘서 했고요.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눈에 힘부터 내려놓고 해라. 밖에 나가서 가을을 좀 봐라.’ 무슨 얘기인지 몰랐어요. 그 다음 해에야 교수님이 말씀하신 ‘가을’을 봤어요. 그랬더니 소리가 바뀌었어요. 삶도 달라졌어요. 열등감과 자존심을 내려놓게 됐어요. 성악 레슨에서 몸으로 철학을 배운 거죠.”

이때 얻은 깨우침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목소리와 말하는 것과 삶이 연결돼 있음을, 그래서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강의 요청이 밀려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20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는 영화 속 자신을 보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일하며 잘 사는데, 속으로는 상처 투성이고 지치고 힘든데도 계속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그런 자신을 마주하며 묘하게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전에는 강사라는 갑옷이 김창옥을 먹어버렸던 것 같아요. 나를 지켜준 단단한 갑옷 덕에 전쟁도 했고 성공도 했죠. 그런데 이제는 사람이 먼저고 거기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강의를 안 하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이젠 굳이 강의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김창옥이란 사람이 더 중요해졌거든요. 좀 더 건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렇게 살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가 박찬욱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 어때요 했다더라” 1.

“김건희가 박찬욱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 어때요 했다더라”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2.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3.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4.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5.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