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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정우성 “주연 욕심 버린 지 오래…내년엔 장편영화 감독 데뷔”

등록 2018-11-19 05:00수정 2018-11-19 16:56

연기부터 제작까지 ‘영화인 정우성’ 인터뷰 ②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렇게 (잘 생기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하하하.”

‘난민 문제’와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이야기가 1시간 넘게 이어지는 동안,(아프리카로 6번째 난민캠프 활동 떠나는 정우성 인터뷰 ①) 답을 고민하며 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감는 모습에서조차 ‘잘생김’이 흘러넘쳤다. 그래서 ‘이제 영화 이야기도 좀 해보자’며 사심 가득한 질문으로 미끼를 던져본 참이었다. ‘데뷔작 <구미호>(1994)부터 주연으로 발탁된 것도 외모 때문이고, 늘 연기력보단 외모에 관한 수식어가 앞서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고. 잘생김을 ‘쿨하게’ 인정하면서 “외모에 대한 고민을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없다”고 덧붙일 때는 멋쩍은 폭소가 터졌다.

“첫 작품인 <구미호>를 찍고 (배우가 됐다는 기쁨보다) 죄책감이 있었죠. 내가 영화를 망쳤구나. 쥐뿔도 모르는 게 주연을 맡았으니. 하하. 스크린에서 웬 작대기 하나가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비하에 이어 다시 빵 터지는 대답이 이어졌다. “어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사회로 나왔으니, 외모보단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컸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이 외모에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이 배우였던 거죠.(웃음)”

[정우성 인터뷰 동영상]

배우의 꿈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초등학교 때, 테레비가 동네에서 제일 늦게 생긴 집이었어요. 테레비로 보는 외화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가난한 어린아이에게 영화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라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런 그에게 영화 <비트>(1997)은 스타로서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동시대 청춘들에 미친 영향도 워낙 컸죠. 배우로서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해 준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지금 보면 너무 어리고, 예쁘고, 청춘의 반짝임이 있는 영화랄까.” 하지만 대중이 원한다고 언제까지나 <비트>의 ‘민’일 수는 없었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는 배우와 팬과의 관계에서 거리두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는 현상이지, 제가 스타로 태어난 존재는 아니니까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였던 영화
대중이 원하는 모습 아닌 ‘나’ 찾고파
감독 할 거라던 얘기 결국 현실로
선배 영화인으로서 책임감 두터워

“‘비트’로 느끼게 된 영화의 힘
배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고민
한국 영화는 마이너가 살아나야
내가 가진 것 후배들과 나누고파”

이후 영화인으로서 지평을 넓히려는 그의 시도는 작품의 선택뿐 아니라 제작(<나를 잊지 말아요>·2015)과 단편영화 연출로 이어졌고, 장편 연출 계획에 이르렀다. “20대 후반부터 겁도 없이 감독할래요, 이야기 하고 다닌 게”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그는 <한겨레>에 장편 데뷔작에 대한 귀띔을 해줬다. “내년에 장편 데뷔작을 크랭크인할 예정이에요. 장르는 ‘사극 액션’입니다. 제가 출연하고, 연출도 할 거고요. 아, 근데 이 부분만 너무 크게 나가는 것 아녜요? 하하하.”

영화 <비트>(1994)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20대의 정우성.
영화 <비트>(1994)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20대의 정우성.
영화 제작에, 연출에, 매니지먼트사(아티스트 컴퍼니) 설립까지 종횡무진 하는 배경에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지만, 선배 영화인로서의 책임감이 자리한다. “처음 제작한 영화도 후배의 도움 요청에 가진 걸 나눠야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한국 영화 시장은 마이너가 활성화돼야 해요. 젊은 감독이 상상력을 맘껏 펼치며 좌충우돌하고, 현장에서 스킬을 배워 더 큰 시장으로 들어왔을 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죠. 그 바탕을 깔아주는 게 선배인 제가 할 몫이 아닌가 싶어요.” 정우성은 의리남이냐고 했더니 “너무 ‘의리’ ‘의리’ 하면 다같이 망하는 수가 있다”며 웃었다.

25년간 늘 톱의 자리에만 있었다. 그도 서서히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나이가 된 것 아닐까? “주연이냐 아니냐에서 벗어난 건 이미 오래됐어요. 몇 년 전부터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 ‘이건 후배들이 해도 되겠는데’ 싶어 거절하는 작품도 있고요.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지금까지 했던 것(주연)을 계속 욕심낼 필요는 없잖아요? 그건 미련이죠.”

사회적 목소리를 열심히 내다보면, 그것이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 고민은 오래됐어요. <비트> 끝나고 영화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절실하게 느낀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무렵 조폭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저는 최소한 조폭을 미화하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상상력이 극대화된 배역도 중요하지만, 내 직업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너무 올바른 말을 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대중이 기대하는 도덕적 눈높이가 높아질 듯 하다. “저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 아니에요. 하하하. 저도 인간이니 뭔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악의만 없다면 넉넉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지금 사회가 너무 각박하잖아요.”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우 정우성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갈수록 정우성에게 지적인 이미지가 더해진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사실 끝까지 읽은 책이 별로 없어요. 하하하.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지 책 선물이 많이 들어와요. 굳이 추천하자면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우리가 안방에 앉아 타인의 고통을 미디어로 접하다 보니 얼마나 그것에 무뎌지고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책이예요.”

<신의 한 수>, <더 킹>, <아수라>, <강철비>, <인랑>….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는 전부 센 작품의 연속이다. 반갑게도 내년 설에 따뜻한 작품으로 찾아 올 계획이란다. 김향기와 함께 찍은 영화 <증인>이다. “편견에 관한 이야기죠. 김향기씨가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장애우로 나오는데, 범죄를 목격하게 돼요. 변호사 역을 맡은 제가 지우(김향기)를 만나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뤄요. 지우가 물어요. ‘아저씨는 좋은 사람인가요?’라고. 그 울림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아마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좋은 질문이 아닐까 싶네요.”

전도연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촬영 중이다. 호흡이 잘 맞느냐고 물었더니 “이달 말 전주 세트장에서 집중 촬영이 예정돼 있는데, 며칠 전 전도연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천하의 전도연씨가 ‘무서워, 어떻게 해. 잘해야 하는데’라고 하더군요. 봐야죠. (호흡이) 잘 맞는지. 하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정우성표 멜로’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더니 “곧 찍을 예정”이라는 깜짝 고백을 했다. 그런데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란다. “내후년(2020년)쯤 멜로 드라마를 찍을 거에요. 제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여서 출연하려고요. 사실 배우로서는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게 제일 좋죠. ”

2020년까지 이미 스케줄이 꽉 찬 정우성. 관객의 변치 않는 팬심도 2020년까지 예약완료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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