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에 명절이 겹친 게 언제였던가. 일손 놓고 선수들의 활약만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게 이번 설 연휴는 다시 오기 어려운 꿈 같은 기회다. 내친김에 평창 겨울올림픽 분위기에 흠뻑 취해보자. 동계 종목 선수들의 도전을 그린 영화와 다큐멘터리, ‘평화 올림픽’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기다린다.
우선 주목받지 못했던 ‘인간 새’들의 눈밭 위 비상이 펼쳐진다. 2009년 개봉해 국내 스포츠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803만5181명)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가대표>(채널 씨지브이 15일 오전 7시)가 출격 대기 중이다. 스키점프 불모지인 한국에서 ‘급조’된 대표팀 선수들의 성장 드라마로, 실화가 바탕이 됐다. 제대로 된 연습장도 없는 환경에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준다. 대회에 나선 선수들이 까마득한 점프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압권. 출발선에 선 스키점퍼의 긴장감을 느껴보자.
한국에 <국가대표>가 있다면, 영국에는 2016년 개봉한 <독수리 에디>(채널 씨지브이 17일 밤 12시)가 있다. 꼬마 시절부터 영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던 에디(태런 에저턴)는 스키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스키점프로 종목을 바꾼다. 하지만 훈련 지원도 받지 못한 그는 점프만 했다 하면 넘어지기 일쑤다. 그런 에디가 우연히 전직 스키점프 천재 선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를 만나며 ‘독수리’처럼 날아오른다. 영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였던 마이클 에드워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에드워즈의 별명이 바로 ‘독수리 에디’였다.
<프리스타일스키, 리디아의 금빛 도전>. 교육방송 제공
실제 겨울 스포츠 선수의 ‘성장 다큐멘터리’도 있다. <프리스타일스키, 리디아의 금빛 도전>(교육방송 15일 낮 12시45분)이다. ‘설원의 서커스’라 불리는 프리스타일스키의 한 종목인 에어리얼에 도전하는 호주 선수 리디아 라실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리디아는 2002년 이후 매번 겨울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번번이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2014년 소치올림픽 결선 최종라운드 날, 그는 남자 선수들만 성공했던 고난도 공중 동작 도전에 나선다.
연휴 프로그램들은 이번 올림픽 때 두드러진 남과 북의 ‘해빙 무드’를 반영하기도 했다. 2016년 개봉한 <국가대표2>(채널 씨지브이 16일 오전 7시10분)는 열악한 훈련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그렸는데 주인공 라지원(수애)을 탈북 여성으로 설정했다. 또 대표팀이 북한과 국제대회에서 맞붙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등 한반도 분단 상황을 녹여냈다. 공교롭게도 이번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며 다시 주목받는 작품이다. 남북이 태권도로 하나 되는 모습도 안방을 찾아간다. 남북 합동 태권도 시범단은 14일 서울 상암 <문화방송>(MBC) 공개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화려한 격파·품새 기술로 관중의 시선을 빼앗았다. <원 코리아! 평화 태권도> 공연은 18일 오전 8시 <문화방송>에서 녹화중계로 시청자와 만난다.
명절 연휴 편성, 올림픽 중계 등으로 일부 프로그램들은 결방된다. 연휴 기간 <에스비에스>는 <궁금한 이야기 와이>, <리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그것이 알고 싶다>, <에스비에스 스페셜> 등이 결방된다. <문화방송>의 <섹션티브이 연예통신>, <밥상 차리는 남자>, <오지의 마법사>와 <한국방송>의 <브이제이 특공대>, <연예가 중계> 등도 연휴 기간 방영되지 않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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