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수 겸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야마 마사하루(48)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배우·가수·사진작가·라디오 디제이(DJ)·음악 프로듀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잘생긴 얼굴과 큰 키로 한국에선 ‘일본의 정우성’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주식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2015년 9월 결혼 발표를 했을 때, 그의 소속사 아뮤즈의 주가는 8% 폭락했다. 그날 하루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돈만 40억엔(396억원)이었다. 결혼에 이어 아이까지 생기면서 일부 팬들은 “믿을 수 없다”며 팬클럽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그의 팬덤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 19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후쿠야마는 “인기라는 건 언제든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1989년에 영화 <혼노5g>으로 데뷔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그는 “내가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야마의 부산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모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뤄졌다. 2013년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올해는 <세 번째 살인>이 초청받았다. 특히 올해엔 형사 역으로 열연한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맨헌트>까지 세계 거장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선정되면서 그의 한국 방문은 더욱 주목받았다.
거장 감독과 연달아 작품을 한 소감에 대해 그는 먼저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두 분의 공통점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거다. 영화와 함께 살고, 영화에 인생을 다 바치는 분들이란 인상을 받았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시나리오가 계속 바뀐다. 전체 이야기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감독님의 심정이 반영되면서 마치 라이브공연처럼 다가와 연기하면서 계속 설레었다.”
‘일본의 정우성’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가수 겸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연합뉴스
영화 <세 번째 살인>은 승소가 최우선인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실시되는 미스미(야쿠쇼 고지)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후쿠야마는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내면 연기를 실감나게 소화했다.
“시게모리가 왜 미스미한테 휘둘리는지를 대본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 대본 리딩을 하면서 미스미 역의 야쿠쇼 고지와 연기를 맞추는데 점점 미스미에 빠져들게 됐다. 계획했던 연기보다 반응하는 연기가 나왔다.”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한국 영화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 후쿠야마는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4년 전에 왔을 때 고레에다 감독님 소개로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이 감독님을 잘 몰랐는데 이후 <오아시스> <박하사탕>을 보고 감동했다.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간장게장을 같이 먹은 사이로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웃음)”
부산/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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