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여전히 남은 숙제와 새로운 희망을 안고 21일 폐막했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지난해부터 영화단체들의 보이콧 속에 치러진 영화제는 올해도 많은 우려와 갈등 속에 출발했다. 지난 5월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가장 큰 악재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이 영화제 사무국과 소통 부재로 빚은 갈등 역시 영화제의 위기감을 높였다. 하지만 올해 관객과 영화인들의 참여가 전년보다 늘고,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영화제 기간에 방문해 힘을 실어주면서 정상화의 실마리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화제의 총 관객수는 19만299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총 관객수 16만5149명)에 견줘 17%가 증가했다. 산업적으로 중요한 아시아필름마켓은 45개국 1583명이 찾아 열띤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300편은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두루 호평받았다. 올해 칸과 베네치아(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낳은 <마더!>와 <다운사이징>, 일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등은 일찌감치 표가 매진됐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부터), 폐막작 <상애상친> 배우 톈좡좡, 감독 실비아 창, 김동호 이사장이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영화제 화제 인물은 영화인이 아닌 정치인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위기를 부른 서병수 부산시장이 개·폐막식에 참석하자 영화인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황제>를 만든 민병훈 감독은 서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뜻으로 사과를 들고 레드카펫에 섰다. <소성리>를 연출한 박배일 감독은 상을 받는 자리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를 망쳤다”며 서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기려 올해 제정한 지석상의 심사위원인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도 “선거를 통해 내년에는 서 시장이 자리에 안 계시길 바란다”고 질책했다. 부산지역 영화과 학생들은 ‘부산국제영화제 학생대행동’을 꾸려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의전당 앞에서 서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 시장과 반대로 영화제 4일 차에 깜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크게 환영받았다. 문 대통령은 영화과 학생들과 영화제 관계자들을 만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 부산영화제가 되살아날 거라고 믿는다”며 정상화 의지를 전했다.
영화제는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영화제 사무국과 갈등을 빚은 강 집행위원장은 올해 폐막식을 끝으로 김동호 이사장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새로운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선임은 차후 이사회가 소집돼 후보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 단계를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부활은 다시 영화인과 관객에게 숙제로 던져졌다. 지난 21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들의 힘을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드는 것도, 지키는 것도 오직 영화와 그 영화를 찾아주는 관객이다. 그 외에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없다. 훌륭한 영화와 그걸 찾는 관객이 있는 한 영화제는 앞으로도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부산/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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