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아프가니스탄 로야 사다트 감독.
영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로야 사다트(36) 감독에게 부산은 영화감독의 꿈을 실현해준 곳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영화학교가 없어 독학으로 단편영화를 만들던 그는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알게 됐다. 2006년 영화제의 영화교육 프로젝트인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했고, 그 덕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11년이 지나 ‘교육생’이 아닌 ‘초청감독’으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를 14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로야 사다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초청받아 오게 돼 기쁘다”며 “제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도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실태를 고발한다. 영화는 여주인공인 소라야가 대통령에게 보낸 사면 요청 편지글로 사건을 재구성하며 시작한다. 소라야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경찰서 형사과장이다. 그는 원치 않는 결혼으로 도망갔다 잡혀 온 남녀에게 사형을 선고한 마을 원로에게 맞섰다가 미움을 산다. 게다가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아버지의 함정에 빠져 사고로 남편이 죽게 되고, 소라야는 남편 살해혐의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으나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좌절하는 소라야의 모습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로야 사다트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너지는 여성의 권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계속된 전쟁으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관념들이 망가져 더욱 보수화됐어요. 여성의 인권 문제를 영화로 만들어 사회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영화가 열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을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건 관객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남편에게 뺨을 맞은 소라야가 똑같이 남편 뺨을 때리는데 이 장면을 예상외로 남성들도 좋아했어요. 사회적으로는 동등한 인권에 반대하지만 영화로는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영화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겠구나 싶었죠.”
인격적으로 대우받는 여성으로 살기도 힘든 현실에서 여성감독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2009년에 시작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각색, 펀딩 등 여러 암초에 부딪혀 7년 만인 지난해에야 완성됐다. “여성이 영화 일을 하는 것에 사회적 반감이 있어 주위 시선이 제일 힘들었어요. 내겐 너무 간절한 일이기 때문에 가족의 외면과 사회적 시선을 이겨나가면서 하고 있죠.”
자유로운 영화제작 활동을 위해 타국으로 갈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로야 사다트는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제 조국이에요. 여기에 제 삶이 있죠. 전쟁 말고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로 알리고 싶어요.”
부산/글·사진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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