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의 밤 추모행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감독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존재만으로도 부산국제영화제 그 자체였던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향한 영화인들의 그리움은 영화제 내내 공기처럼 떠다녔다. 상을 받은 영화인들은 수상 소감에 앞서 그를 애도했고, 영화 상영 전 스크린에는 “인 러빙 메모리 오브 김지석”(김지석을 추모하며)이라는 문장이 수놓아지며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김 부집행위원장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태동부터 함께해온 인물이다. 수석프로그래머 등을 맡아 무대에 올릴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의 밤 추모행사가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고인을 만났던 일본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고인이 관심 가져준 영화 <빛나는>을 부산에서 상영하게 돼 기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며 언론 인터뷰에 앞서 애도를 표했다. 개막식에서 한국영화 공로상을 받은 크리스토프 테어헤히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도 “내게 한국영화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해준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를 기리는 공식적인 추모의 밤 행사도 열렸다.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김지석의 밤’에는 국내외 수많은 영화인이 모였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존재하는 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영원히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고, 여기에 계신 분들의 가슴과 머리에 영원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인의 유족에게 직접 보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 보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이다. 도 장관은 고인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위기에 봉착한 영화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고인은 모든 영화인과 관객에게 꿈과 상상을 나누기 위해 왔다 간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문화계에 블랙리스트라는 기나긴 어둠을 통과하면서 부산영화제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 부산영화제가 다시 모두의 꿈의 구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고인의 부재로 실의에 빠졌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생전에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아시아 독립영화 창구인 ‘플랫폼 부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소 아시아 영화 발굴과 지원에 앞장서왔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아시아 독립영화인의 정보 교류를 위한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지석상’도 신설해 폐막식 무렵 수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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