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황제’ 민병훈 “2년간 공들인 여정…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 믿어”

등록 2017-10-16 18:48수정 2017-10-16 20:32

피아니스트 김선욱 출연한 클래식 음악영화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서 ‘사과 퍼포먼스’ 연출
스크린 독과점 항의 “내 영화 극장에 안 건다”
영화 <황제>의 민병훈 감독.
영화 <황제>의 민병훈 감독.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직접 사과를 건네주려 했는데 시장이 보이지 않아 못 줬네요.(웃음)”

영화 <황제>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민병훈 감독은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붉은 사과를 손에 들었다. 영화제의 자율성·독립성 보장과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였다. <다이빙 벨> 상영 논란이 있었던 2014년에도 <사랑이 이긴다>로 레드카펫을 밟은 그의 손바닥엔 세월호를 상징하는 ‘416’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영화제 망친 주범에게 (당신이 망쳤다고) 표현하는 것도 용기”라며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그를 13일 부산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민 감독의 15번째 작품인 <황제>는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젊은 남녀 3명이 음악을 통해 치유되는 예술영화다. 민 감독이 실제로 음악으로 위로받은 경험에서 구상했다. “2013년 어느 날, 별생각 없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공연을 봤는데 마음이 너무 위로가 됐어요. 내가 힐링받았듯 음악영화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죠.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행복했습니다.”

음악의 치유적 힘을 믿기에,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영화에서 처음 상징적인 의미로 담아내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데) 어떻게 영화로 공헌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음악이 치유의 힘이 있으니 음악영화인 이번 영화가 좋을 듯했어요. 세월호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잘 하고 떠나보내고 싶어서 교복 입은 학생을 등장시켰죠.”

<황제>는 그의 영화 가운데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시리즈’ 4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배우로 참여했다. 김선욱은 공연장, 폐허 등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피아노 소나타 ‘월광’ 등을 연주한다. 대사 없이 주로 연주를 하며, 걷거나 멈춰서서 카메라를 쳐다본다. 영화는 김선욱의 공연 스케줄에 맞춰 한국, 헝가리,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촬영하느라 제작에만 2년이 걸렸다.

그는 국내 영화 배급 방식의 문제도 줄기차게 지적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에 앞서 <군함도>의 스크린 독점에 항의하는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며 “신작 <황제>를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황제> 같은 작은 영화가 살아가야 할 길은 지금의 극장 상황과 유통구조는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용기 있고 자존감 있게 새로운 영화의 길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원하는 곳에선 언제든 상영할 예정이에요.”

영화 <황제>의 한 장면.
영화 <황제>의 한 장면.
이날 영화제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끝낸 뒤 민 감독은 “마지막 (극장) 상영입니다. 찾아가는 영화로 의미 있게 상영하겠습니다”라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뿐 아니라 예술영화 전용극장도 마다하겠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영화가 재미없다고 하면 극장에서 안 틀면 됩니다. 그런데 틀어준다고 해놓고 새벽에 틀어요. 영화관의 구색에 맞춰주는 것뿐인 거죠. 우리가 자존감이 있어야 합니다. 난 영화감독입니다. 내가 답이라는 게 아니라 자본에 굴복당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부산/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민병훈필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탄핵 집회에 힘 싣는 이 음악…‘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1.

탄핵 집회에 힘 싣는 이 음악…‘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구를 떠날 수 없는, 떠나선 안 되는 이유 2.

우리가 지구를 떠날 수 없는, 떠나선 안 되는 이유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3.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서소문 지하에서 다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4.

서소문 지하에서 다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둥글구마, 털 났구나, 작구마 [.txt] 5.

둥글구마, 털 났구나, 작구마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