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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가을 하늘만큼 찬란한, 10월 부산 찾은 영화 거장 셋

등록 2017-10-15 21:01수정 2017-10-15 21:08

[100℃] 부산국제영화제
10월의 부산은 영화로 풍요롭다. 21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75개국 300편의 영화가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름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 3인의 화제작을 미리 살펴봤다. 치유하는 힘을 가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빛나는>, 호불호가 분명한 팬층을 가진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마더!>, ‘홍콩 액션 누아르’의 전설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맨헌트>다. 세 감독의 인터뷰는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해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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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썬 “다시 홍콩 누아르, 여성 킬러는 처음”

신작 ‘맨헌트’로 부산국제영화제 첫 방문
비둘기떼, 쌍권총 등 ‘우위썬 스타일’ 건재

우위썬(오우삼) 감독이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맨헌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위썬(오우삼) 감독이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맨헌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액션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더욱 힘 있게, 낭만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죠.”

신작 <맨헌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홍콩 액션 누아르의 거장’ 우위썬(오우삼) 감독이 14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액션영화에 애정을 담뿍 드러냈다. “젊은 시절에 춤과 뮤지컬을 좋아했는데 액션이 뮤지컬과 같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액션을 통해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전세계 액션 배우와 스턴트맨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그들의 정신이 좋아요. 액션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입니다.”

다국적 배우들이 참여한 <맨헌트>는 살인 누명을 쓴 변호사와 이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일본 영화배우 다카쿠라 겐이 출연한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했다. 1993년 <하드 타깃>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우 감독이 자신의 ‘전공’인 액션 누아르로 오랜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우 감독은 “존경하는 배우인 다카쿠라 겐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또 1970년대에 좋은 일본 영화가 많은데 이를 소개하려는 마음도 있었죠”라고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맨헌트>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맨헌트>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맨헌트>에 출연한 하지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맨헌트>에 출연한 하지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는 원작 영화의 판권을 확보하지 못해 원작 소설을 갖고 찍었다. 소설의 배경이 1970년대이다 보니 세부적인 이야기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우 감독은 “처음으로 여성 킬러를 등장시켜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성 킬러는 하지원과, 우 감독의 딸인 배우 앤절리스 우가 맡았다.

쫓고 쫓기는 관계의 사나이들이 서로 교감한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인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을 생각나게 하는 <맨헌트>는 날아오르는 비둘기떼, 쌍권총 등 우 감독표 누아르 요소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의 영화에 열광하며 자란 세대에게 반가운 이 장면들은 그러나 젊은 관객에겐 다소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 감독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요한 것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관객을 감동시키고 흥분시킬 수 있다면 시대나 나이대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질 겁니다. 이번 작품에도 제 스타일이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내려고 했습니다. 제 옛날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관객들도 좋아할 겁니다.”

액션영화를 사랑하는 그이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영웅적인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그곳 문화를 소개하는 작품도 찍고 싶어요. 저에게는 다시 한번 공부할 기회가 될 거예요. 차기작은 유럽에서 촬영할 예정입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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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러노프스키 “‘마더!’는 롤러코스터 탄 것 같은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처음 방문한 ‘마더!’ 감독
“성경 속 오래된 이야기, 대자연 등 표현”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마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마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이 남기를 바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영화 <마더!>의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13일 이렇게 말했다. <마더!>는 교외에 있는 한 부부의 저택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이 영화는 미쳤다”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아 국내 팬들도 개봉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이날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은 친구들이 영화를 본 뒤 내 얼굴을 제대로 못 봤다는 것이다. 며칠 지나고야 메시지를 통해 ‘나 아직도 그 영화 생각하고 있어’라는 답을 주더라. 완벽하게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유명한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내(제니퍼 로런스)와 상의도 없이 낯선 방문객들을 집에 묵게 하면서 시작된다. 남편의 환대에 손님들은 점차 늘어나고, 이들은 갈수록 무례한 행동을 보인다. 안락했던 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아내의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영화 <블랙 스완>(2010)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발레리나의 광기를 보여줬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아내의 내면을 고통스럽게 파고든다. 제니퍼 로런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그의 뒤를 카메라로 바짝 쫓으며 관객들이 아내의 불안과 날카로운 심리 상태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든다.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더!>에는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성경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강렬하고 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다. 낯선 사람의 침입이 주는 공포, 창조주와 돌보는 사람의 동거, 대자연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관객이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엔딩을 제외하고는 음악도 제거했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음악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독들은 대체로 관객이 특정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쓴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 몰입에 음악이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관객들이 마더(로런스)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데 음악이 연기에서 뭔가를 빼앗는 느낌이 들어 만들어둔 음악을 결국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 <마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마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제목에 느낌표(!)를 넣은 의미도 설명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겹친다고 기호를 넣은 것은 아니”라며 웃은 뒤 “처음 각본을 쓸 때부터 이 제목에는 느낌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와 그것을 실현하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다. 제 안에 타오르는 어떤 감정과 열정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게 한다. 그 지점에서부터 영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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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세 나오미 “영화가 세상에 아름다운 빛 던져주길”

신작 ‘빛나는’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빛을 매개로 상처 가진 남녀의 사랑 그려

신작 <빛나는>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
신작 <빛나는>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
“영화는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관객들이 이걸 먹었을 때 배부르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신작 <빛나는>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다섯번째 칸국제영화제 진출작이기도 한 영화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성 해설 대본을 만드는 초보 작가의 사랑 이야기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빛과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택한 이유를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감상은 눈으로 영화를 보는 행위로 시작되지만,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감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음성 해설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영화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음성 해설 대본을 만드는 주인공 미사코는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는 영화 장면을 처음엔 장황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곧 그는 자세한 설명을 줄여나간다. 말이 너무 많으면 영화를 귀로만 듣는 관객에게 느낌을 강요하게 된다는 조언을 받기 때문이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실제 시각장애인이 영화에 나온다. 그중에 한 분이 촬영 현장에서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정말 그 영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주인공 옆에서 그 영화 속의 세계를 삽니다. 그러니 말로 세계를 작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데 거기서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빛나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빛나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가 가진 치유의 힘을 보여주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받아들이고 있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은 이전에도 수다스럽지 않았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등 작품들 모두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을 적셨다. “영화 안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면 과잉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 말을 죽이면 그것도 안 돼죠.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운 일이에요.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도 중요하고요. 영화를 빼고서라도 사람과 사람의 신뢰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든 영화마다 치유의 감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그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상처를 받아서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 떠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그는 “가족은 굉장히 오랫동안 제 인생에서 빠지고 소외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겐 <빛나는>이 빈 곳을 채워주는 작품이었다. 실제의 인생이 고통스럽더라도 영화를 통해서 치유하고, 상처를 덮고 가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빛나는>을 보는 관객들이 제목처럼 아름다운 ‘빛’을 세상에 던져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의 차기작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와 함께 만들고 있는 <비전>이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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