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에서 한·일 대표 배우인 문소리(오른쪽)와 나카야마 미호가 ‘여배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여배우’보다 ‘배우’로 불리고 싶은 한·일 양국의 대표 배우 문소리와 나카야마 미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으로 영화제를 찾은 나카야마 미호는 우리에게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일본의 인기 배우다.
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 토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를 주제로 여배우에 대한 인식과 한계에 깊은 공감을 이뤘다.
두 사람은 여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커녕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소리는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아 최근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면서 여성의 배역이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등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를 만드는 판 자체가 건강하고 힘을 가져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카야마 미호도 “나이 들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그게 시대 때문인지, 사회 시스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이와 함께 깊이를 더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문소리는 “더 다양한 색깔의 여배우로 존재를 증명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배부른 것보다 약간 배고플 때가 뛰기 좋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만큼 할 일도, 고민할 지점도 많아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여배우를 ‘여배우’라는 틀에 가둬 소비하는 행태도 문제다.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에서는 여배우를 ‘여우’라고 한다. ‘우’자가 빼어나다는 뜻의 한자다. ‘빼어난 여성’이라는 뜻일 텐데 그렇게 부르는 게 싫다. 연기하면서 여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았듯 ‘여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로 불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소리도 “예전에 한 시상식 사회자가 ‘여배우는 영화의 꽃, 꽃인 문소리를 소개한다’며 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줄기도 되고 뿌리도 될 수 있다. 거름이 돼야 하면 거름도 될 수 있다. 여배우가 한국 영화계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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