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마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이 남기를 바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영화 <마더!>의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13일 이렇게 말했다. <마더!>는 교외에 있는 한 부부의 저택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이 영화는 미쳤다”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아 국내 팬들도 개봉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이날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은 친구들이 영화를 본 뒤 내 얼굴을 제대로 못 봤다는 것이다. 며칠 지나고야 메시지를 통해 ‘나 아직도 그 영화 생각하고 있어’라는 답을 주더라. 완벽하게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유명한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내(제니퍼 로런스)와 상의도 없이 낯선 방문객들을 집에 묵게 하면서 시작된다. 남편의 환대에 손님들은 점차 늘어나고, 이들은 갈수록 무례한 행동을 보인다. 안락했던 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아내의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영화 <블랙 스완>(2010)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발레리나의 광기를 보여줬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아내의 내면을 고통스럽게 파고든다. 제니퍼 로런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그의 뒤를 카메라로 바짝 쫓으며 관객들이 아내의 불안과 날카로운 심리 상태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든다.
영화 <마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더!>에는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성경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강렬하고 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다. 낯선 사람의 침입이 주는 공포, 창조주와 돌보는 사람의 동거, 대자연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관객이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엔딩을 제외하고는 음악도 제거했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음악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독들은 대체로 관객이 특정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쓴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 몰입에 음악이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관객들이 마더(로런스)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데 음악이 연기에서 뭔가를 빼앗는 느낌이 들어 만들어둔 음악을 결국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에 느낌표(!)를 넣은 의미도 설명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겹친다고 기호를 넣은 것은 아니”라며 웃은 뒤 “처음 각본을 쓸 때부터 이 제목에는 느낌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와 그것을 실현하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다. 제 안에 타오르는 어떤 감정과 열정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게 한다. 그 지점에서부터 영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