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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똑똑똑…마음 두드리는 소소한 그림의 웹툰

등록 2017-06-06 07:59수정 2017-06-06 08:12

미혼모·가정폭력 등 상처 보듬는
‘아 지갑 놓고 나왔다’ ‘여중생A’
임상심리 다룬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섬세한 심리 묘사로 깊은 공감
압도적 평점·몰입감…올해 화제작들
‘공감’이 생명인 웹툰에서 ‘심리 묘사’ 장르가 무르익고 있다. 다음 웹툰 연재만화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미혼모 선희와, 죽은 딸 노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중학생을 소재로 가져온 네이버 웹툰 연재만화 <여중생에이(A)>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평균평점 최고점인 9.99를 받았다. 최근 단행본으로 나온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예담 펴냄)는 임상심리 전문교육과정을 밟은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페이스북에 연재할 당시 독자 8만8천명을 사로잡았다. 세 작품은 여성 작가들의 섬세한 ‘인간 몰두’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받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중생에이>,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스토리 전개에서도 문제작으로 남을 만하다. 에피소드 웹툰에서 단순한 그림체가 많았던 데 견줘, 장편 스토리 만화에서 소박한 그림이 인기를 얻는 풍경도 새롭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다음 웹툰 제공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다음 웹툰 제공
‘미역의 효능’ 작가의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교통사고로 죽은 9살 노루와 미혼모 선희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선희는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새’로 보이는 정신질환을 겪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임신해,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와 혼자 아이를 낳았다.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선희는 밝은 얼굴로 지내고, ‘애어른’ 노루 역시 죽어서도 엄마를 돌보며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다. 매회 베스트댓글이 “오늘도 울었다”인 이 웹툰은 지난달 31일 완결되었다. 결말 역시 눈물을 자아냈다. 노루는 엄마가 새로운 아이들과 사는 것을 질투해 복수도 꿈꿔보았지만, 결국 기억을 지우고 환생을 택했다. 선희는 정신질환에서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연락을 끊고 살았던 엄마와 화해를 한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작가가 이 문장 다음에 뭐가 올까를 생각하며 지은 제목이라고 한다. 작가가 택한 다음 문장은 “집에 가자”다. 등장인물들의 얼굴은, 점으로 된 눈과 일직선으로 그린 입이 전부지만 아이를 잃은 상실감, 미혼모의 안타까운 사연, 애틋한 모녀의 정을 그린 만화는 어떤 작품보다 몰입감이 높다.

<여중생A>. 네이버 웹툰 제공
<여중생A>. 네이버 웹툰 제공
네이버 웹툰 연재만화 <여중생에이>는 4일 에피소드를 완결하고, 에필로그 2편을 남겨두고 있다. 여중생 장미래는 아버지가 집에 올 때마다 방을 못 나온다. 숨어서 오줌을 참다가 지리기도 한다. 학교 교실에서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온라인 소셜 게임에 과몰입해 있다. 슬플 때는 “덜된 인간인 주제에 슬픔을 느끼다니”라고 중얼거리고, 즐거움을 느낄 때는 “내가 언제 이렇게 파렴치해졌나”라고 자학한다. “나 지금 완전 정상인 것 같다”가, 미래가 기쁠 때 하는 최상급 표현이다. 작가는 3월 펴낸 단행본 후기에서 “그리고 싶었던 주제는 자존감”이라며 “자존감은 외부 요소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는가, 자존감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전작인 <아이들은 즐겁다>에서는 ‘초등학생’ 그림체를 채택했던 작가 ‘허5파6’은, <여중생에이>에선 여중생이 그린 듯한 그림체를 선보였다.

만화비평 전문 웹진 <유어마나>의 선우훈 편집장은 “(장편만화인 두 작품은) 등장인물의 상황을 인간 보편의 이야기로 설득해내는 솜씨가 대단한 작품”이라며 “그림체도 말하기 방식에 가장 잘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작가 블로그 캡처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작가 블로그 캡처
마음이 담기면 그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는 작가 ‘서늘한 여름밤’이 ‘자신의 속도’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블로그·페이스북에 연재했던 만화를 모은 책이다. 매우 단순한 그림체지만, 정신상담을 받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정신질환을 보는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쟁 사회에서 불안한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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