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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평범한 공포 스릴러는 ‘겟 아웃’

등록 2017-05-17 08:00

영화 ‘겟 아웃’ 리뷰

인종차별 문제를 긴장감 소재로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서
신선도 지수 99% 기록
영화 <겟 아웃>.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영화 <겟 아웃>.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꺼져.” 영어사전에 ‘겟 아웃’은 ‘생산하다’, ‘알려지다’라는 의미가 앞에 등재되어 있지만 제일 많이 쓰는 의미는 ‘사라지다’다. 중산층 주택가를 걸어가던 흑인 남자가 납치되는 장면, 즉 ‘사라짐’으로 시작되는 영화 <겟 아웃>은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가 제작했다. 블룸하우스는 <쏘우>의 제임스 완 감독과 함께 만든 <인시디어스> 시리즈 등 우아한 공포영화와, 스릴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위플래쉬> 같은 영화를 선보여왔다.

<겟 아웃>은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는 흑백 커플이 주인공이다.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집 방문을 앞두고 사진가인 흑인 남자 크리스(대니얼 칼루야)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다. 로즈가 운전하고 가는 길에 노루를 친다. 출동한 경찰이 크리스에게 운전면허증을 요구하자 로즈는 인종차별이라며 화를 내고 저지한다. 집에 도착한 부모는 크리스를 친절하게 맞아주고, 연례모임을 앞둔 로즈의 동생도 집에 도착한다. 크리스는 흑인인 관리인과 가정부의 이상한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한밤중 크리스와 마주친 로즈의 엄마는 거실로 그를 불러들이고 최면에 빠뜨린다.

일반적으로 공포영화 장르는 백인 중산층의 무의식을 그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겟 아웃>은 ‘인종적 화합’이라는 미국적 이상을 내적 긴장감의 소재로 끌어왔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관객은 등장인물 중 누가 흑인이고 누가 백인인가에 유달리 신경쓰게 된다. 어울림 속의 정치적 함의를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면으로 시작한 사건은 점점 공포와 폭력의 수위를 높여가며 전개되는데, 이는 미국이 인종차별을 어떤 식으로 무마해왔는지에 대한 묘사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결국 큰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은 백인인 것처럼 살아가는 흑인들의 은유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필적하는 가차 없는 폭력이 보여진다. 앞에서 쌓아온 이야기가 잘 타는 장작이 되어주기에 이 폭력에서 ‘쾌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선보인 지 나흘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 종합 격주간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는 <겟 아웃>이 이 역사적 순간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말한다. 오바마 정권 시기에도 미국에서 흑인 인권 상황은 커다란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에 영화 속 ‘흑인 좀비’는 오바마의 비유라는 것이다. 감독인 조던 필은 스탠드업 코미디 시리즈 ‘키 앤 필’을 선보여온 코미디언이다. 인종차별을 비꼬는 농담이 시리즈의 주요 소재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좀비로 등장하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참고하고, 화난 젊은이의 눈을 부각시킨 마티외 카소비츠의 <증오>처럼 포스터를 만들었다.

개봉 24시간 만에 제작비 450만달러(50억원)를 회수하고,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2억1411만달러(15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벌어들였으며,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9%의 ‘기록적인’ 신선도를 기록했다. 18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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