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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만두·자판기 커피…일상에 툭 던져진 음식이 만화로

등록 2017-05-11 15:13수정 2017-05-11 21:33

‘초년의 맛’ 앵무 작가 인터뷰
<초년의 맛> 앵무 작가.
<초년의 맛> 앵무 작가.
처음으로 친구의 죽음을 접하게 된 청년, 스킨십을 언제 해야 하나 모르는 첫 연애, 손자만 챙기던 할머니가 죽은 뒤 진심을 알게 된 손녀. <초년의 맛>은 인생의 달고 쓰고 신 맛을 처음 맛본 이들을 그린 24개의 옴니버스 음식만화다. 지난해 봄·여름 레진코믹스에 연재한 만화가 10일 책으로 묶여 나왔다(창비 펴냄). 앵무(28) 작가 역시 ‘초년의 만화가’다. 생애 최초의 연재작이었고, 생애 최초의 책이다. 책이 나온 날, 작가가 일하는 경기 부천의 한 웹툰학원에서 그를 만났다.

만화를 연재할 때는 대학 4학년 졸업반이었다. 레진코믹스 세계만화공모전 우수상을 받고 데뷔작으로 에피소드 연재를 ‘결단’했다. 옴니버스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짜내야 하기에 만화가들에게는 ‘죽음의 코스’로 불린다. 작가는 오랫동안 써왔던 아이디어 노트에서 소재를 발굴했다. 신입 직장인, 자취생, 고시생, 취업준비생, 태권도장 사범 등 다 다른 사람이 등장하지만 조금씩 앵무 작가가 녹아 있다. 부러 사서 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군대 가기 전 서울 홍대 앞에 자취방을 얻어서 독립생활도 해보았다. 자신이 “예고-만화학과를 거친 ‘그림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림 실력으로 하던 아르바이트 대신 레스토랑 서빙·접시닦이도 하고, 아무 하는 일 없이 쉬어도 보았다. 수다스러운 점도 도움이 됐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나 여자 사이의 우정 등 여성의 심경 묘사가 생생한데, 그 이유를 작가는 “아줌마스러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물들이 ‘어른 아이’ 같은 점”도 “집에서 맏이”인 작가를 닮았다. 여러 가지 문제 앞에 갈등하는 이들은 모두 남을 생각하거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불의에 용기를 내는 식으로 ‘어른스러운 결정’을 내린다. ‘책’에 이름이 박혀야 ‘작가’가 된다는 생각에 연재할 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장면을 구상한 것도 ‘초년’ 같지 않다. 유료 사이트에서라면 다음 결제를 위해 ‘결정적인 장면’에 연재를 끊는 기술을 익힐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책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어떤 장면을 펼쳐보일지” 생각했다. 음식만 색깔을 입힌 흑백만화도 ‘초년’은 내기 어려운 용기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놓고 음식을 구상했지만 ‘상주 곶감’, ‘초코파이’는 소재를 먼저 생각했다. 자판기 커피, 목캔디, 맥주 한 잔, 아메리카노, 소시지 등 ‘음식’ 같지 않은 소재를 갖고 들어온 것도 인상적이다. “음식만화가 많아서 차별점을 둔 전략”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좀더 세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구워서 먹으면 맛있는 걸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던 만두, 운전학원에 항상 놓여 있는 자판기 커피, 아빠가 배달해준 햄버거 등으로 일상의 맛이 특별하게 요리됐다. “다음 만화는 유기농 만화예요.” 연재 제안도 많지만 직접 도시 농부가 되어본 뒤 만화를 그리겠다는 호기를 부리고 있다. 젊긴 젊다.

부천/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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