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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무한충성’ 박사모의 일상을 따라가다

등록 2017-04-30 16:37수정 2017-04-30 21:08

김재환 감독 ‘미스 프레지던트’ 전주영화제서 첫 공개
‘엠비의 추억’ 등 전작보다 휴먼 다큐 느낌 강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인 10월26일 개봉예정
경북 구미의 박정희 거대 동상에 절을 하는 청주의 한 노인. <미스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경북 구미의 박정희 거대 동상에 절을 하는 청주의 한 노인. <미스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5년 전 이곳에서 기획이 이루어졌다.” 27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미스 프레지던트>가 29일 저녁 처음 공개된 뒤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김재환 감독이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5년을 다룬 <엠비의 추억>을 2012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하면서 감독은 이런 ‘공약’을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일 때 개봉을 했다. 다음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현직일 때 개봉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열심히 만들었다. 그런데 (탄핵 사태로) 전직일 때 개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미스’는 영어로 ‘mis’(잘못된)로 표기되어 있다. 예언적 제목이기도 한 셈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을 섭외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들어가기 전 지난해 4월 촬영을 시작했다. 탕건과 두루마기 차림으로 박사모 집회에 참여하는 청주의 노인과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가게에 걸어놓은 울산의 부부가 주인공이다. 카메라는 이들의 ‘신실한’ 삶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먼동이 트기 전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일가의 사진 앞에 엎드려 ‘국민교육헌장’을 외고 새벽 버스를 타고 집회 현장으로 가는 노인의 일상을 아무런 해석 없이 보여준다. 이전 <엠비의 추억>을 다룰 때의 신랄함이나 <트루맛쇼>(2011)나 <쿼바디스>(2014)에서 보인 첨예한 고발보다는 오히려 ‘휴먼 다큐’의 느낌이 강하다.

감독은 해석의 여지를 어느 때보다 열어두었다. “등장인물들이 풍자의 대상은 아니다. 각자의 삶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러한 과도한 충성을 ‘체화된 두려움’이라고 해석하지만 박사모 회원 스스로는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메아리로 돌아오는 혼란을 경험한다. 감독 자신의 경험이자 의도다. “이들은 숫자로 치면 0이다. 어떤 숫자를 곱해도 0이 되는 것처럼, 이들을 대하면서 ‘제로의 벽’을 느꼈다. 혐오감이나 적대감으로 이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 5% 콘크리트 지지자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영화는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 개봉 예정이다.

전주/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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