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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캐릭터를 위해서 나는 이것까지 해봤다

등록 2017-02-28 09:58

배우의 직업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조진웅·이병헌·고수·설경구의 캐릭터 만드는 법
<해빙>의 조진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해빙>의 조진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님의 요구가 있어 18㎏ 감량했는데, 더 이상은 디엔에이 구조상 힘들었다.” <해빙>의 제작보고회에서 조진웅이 말했다. 분장과 시지로 캐릭터의 외모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많은 배우는 여전히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 몸무게를 줄이고 뺀다. 많은 배우가 스캔들로 지면에 오르내리지만, 배우들은 여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싱글라이더>의 이병헌, <조작된 도시>의 오정세, <루시드 드림>의 고수 인터뷰와 <해빙>의 조진웅, <루시드 드림>의 설경구가 언론에서 한 말을 통해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법을 들여다보았다.

■ 고무줄 몸무게는 나의 운명 <루시드 드림>에서 고수가 재킷을 벗을 때 출렁거리는 뱃살에 많은 이들은 놀란다. 고수는 이 장면을 위해 17~18㎏을 찌웠다. 아들을 잃은 지 3년 뒤를 위해서는 다시 그 몸무게를 뺐다. 감독이 준 시간은 일주일. “일주일 사이에 다른 장면을 찍고 있을 테니 빼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오정세도 <조작된 도시>의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 민천상을 위해서 8㎏을 뺐다. 캐스팅이 늦게 결정되어 그가 뺄 수 있는 시간은 단 열흘이었다. <해빙>을 위해서 18㎏ 감량했던 조진웅도 고무줄 몸무게에서는 남부럽지 않다. 영화 <우리형>(2004년) 출연을 위해서 124㎏까지 찌웠다.

설경구는 <공공의 적>(2002)의 강철중 형사를 위해서는 10㎏을 찌웠다가 곧 <오아시스>(2002)에서는 일산에서 충무로까지 걸어다녀 18㎏을 감량했던 것은 전설로 남아 있다. 스모 선수로 출연한 <역도산>(2004)을 위해 21㎏을 찌웠다.

<루시드 드림>의 설경구. 뉴 제공
<루시드 드림>의 설경구. 뉴 제공
■ 캐릭터와의 싸움 ‘자연스러운 연기’(메소드 연기)에 대한 이론을 구축한 스타니슬랍스키는 “초목적에 협력하여 캐릭터화되면 감정은 자연히 흘러나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초목적’이란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캐릭터의 성격이다. 그 ‘초목적’은 영화에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해석은 배우에게 맡겨진다.

조진웅은 <사냥> 촬영 뒤에 한 인터뷰에서 역을 맡으면 전사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책(시나리오)에 나오는 이정표에 따라 어떻게 표현할지 출발한다. 이 사람, 진한 갈색 같아, 혼자 그러기도 한다. 이 사람 새끼발가락이 없을 수도 있겠다…. 이런 게 쌓인 걸 현장에 집어 던지면 걔가 걷고 말하고 마시게 된다.” 조진웅은 <범죄와의 전쟁> 김판호에 대해서 “보스라면 술잔을 어떻게 기울일까, 고민하면서 만든 인물”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해빙>에서 그가 감량한 이유는 주인공인 의사가 “예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스터>에서 이병헌이 맡은 진현필은 어색한 필리핀 영어를 한다.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이민 온 동양인의 영어를, <싱글라이더>에서는 외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의 영어를, <마스터>에서는 필리핀 영어를 쓰는 식으로 ‘제2 언어’인 영어 연기에서도 차이점을 두었다. 이병헌은 필리핀 영어를 갖고 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처럼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후배가 동남아에서 사업을 할 때는 현지인의 영어 발음으로 말하더라. 사업을 할 땐 그게 더 효과적이라면서. 진 회장처럼 팔색조에 약삭빠른 인간이라면 그 정도는 가뿐히 가능하지 않겠나.”(<씨네21> 인터뷰) 연기를 위해 필리핀 배우의 도움을 받아 영어 전체를 통째로 외웠다.

<싱글라이더>의 이병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싱글라이더>의 이병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병헌은 “(배역을)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또다른 인물이 될 거야, 저번에 했던 역할 잊어버리고, 어떤 말투, 어떤 걸음걸이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지 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다. 풀어진 상태에서 어떤 창의적인 게 나오는 것 같다.”

■ 원래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캐릭터에 보여지는 것은 배우의 인물과는 다르다. 오정세는 자신을 “무대 공포증, 대인공포증, 카메라 공포증 등 공포증이라는 것은 다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끔 “연기를 마치고 난 뒤 손이 덜덜 떨리면서 내가 무슨 대사를 했지, 모를 때가 있다”고 말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배우는 자신이 캐릭터가 된 듯 현장에 있기도 한다. <루시드 드림>의 고수 역시 촬영 현장의 힘없는 연기를 위해 실제로도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설경구 역시 현장에서도 캐릭터 있는 채로 있는 배우다. “촬영 전 잔뜩 감정을 싣고 현장에 와서 벽만 보고 있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무섭게 감정을 쏟아냈다.”(<소원> 촬영 현장을 본 이준익 감독) 그렇지만 <루시드 드림>에서는 “상대방의 연기를 잘 들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전과는 다르게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루시드 드림>의 고수.  뉴 제공
<루시드 드림>의 고수. 뉴 제공
이병헌은 촬영장 분위기를 녹이는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촬영장에서 농담도 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족구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감정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촬영 내내 내가 가져야 할 감성들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몰입은 최고에 이른다. 이병헌의 촉촉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슬픈 표정 역시 그렇다. “카메라에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는 순간 감정이 깨져버린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순간 밖으로 나와버리니까. 오로지 그 장면의 상황을 생각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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