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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틀을 깬 다양한 시선…퀴어영화는 진화중

등록 2016-12-19 18:32수정 2016-12-19 18:51

<연애담>
‘장르로 포장한 성 정체성’ 벗고
보편적 사랑 조곤조곤 담아내
<위켄즈>
게이합창단의 4년 담은 다큐
모자이크 벗고 사회시선에 맞서
<걱정말아요>
‘애타는 마음’ 등 3편의 단편 묶어
여러 모습, 있는 그대로 보여줘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은 관객 2만명 이상이 보았다. 인디플러그 제공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은 관객 2만명 이상이 보았다. 인디플러그 제공

<연애담>(이현주 감독)이 지난 11일 관객 2만명을 돌파했다. 레즈비언의 ‘연애담’을 조근조근 담아낸 한국 독립영화다. 22일 개봉하는 <위켄즈>(이동하 감독)는 동성애 인권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으로 출발한 게이합창단 ‘지보이스’(G_voice)의 4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베를린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1월5일로 개봉일을 잡은 <걱정말아요>는 레인보우팩토리의 두번째 ‘선량한 퀴어영화 옴니버스 프로젝트’다. 이들 영화는 이전보다 좀더 섬세하게, 현실적으로 동성애자를 그리고 있다. 퀴어영화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진화하고 있다.

■ ‘장르영화’를 벗어나 평소 친구한테 ‘수녀’라고 불리는 윤주(이상희)는 서른이 넘어서야 여자인 지수(류선영)에게서 뜨거운 연애감정을 느낀다. 윤주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준 것을 계기로, 지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술집으로 윤주를 초대한다. 윤주는 친구들을 모아 술집으로 간다. 어느날 밤 늦게 지수로부터 전화가 오고 윤주는 무작정 그를 향해 달려간다. 만듦새도 훌륭하지만 ‘레즈비언 영화’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태도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섹슈얼리티의 문제에서 깔끔하다”고 평한다. “이전의 퀴어를 다룬 영화들은 호러나 스릴러 등의 장르로 포장한 뒤 사건의 배후로 성정체성을 배치하곤 한다. 우울한 원인이 그곳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담>은 선명한 두 캐릭터를 내세워서 보통의 연애처럼 그렸다. ‘성정체성, 그게 어때서’ 하는 방식이다.”

<위켄즈>의 이동하 감독 역시 ‘우습거나 불행한’ 틀에서 게이 이미지를 구해내고 싶었다고 한다. “젊은 게이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보통의 사람처럼 시대를 살고 있는데 매스컴에서는 화려하거나 코믹하게만 다루어진다.” 작업 노트에서 이 감독은 “누군가가 기록해주었으면 하던 이야기를 내가 찍고 있었다. 꼭 누군가가 이 친구들의 수다와 노래와 술 취한 종로 뒷골목을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위켄즈>는 단원들의 인터뷰 장면과, 이야기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무대에서 불리는 장면을 구성해서 보여준다. “(지보이스는) 일요일마다 연락해… 썸남은 썸남인데, 나쁜 썸남 같은 느낌”(수미) 등 성소수자의 목소리로 유쾌한 비유와 쿨한 애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연애담>은 ‘보통의 연애’라는 보편의 감성에 호소하면서도 퀴어의 현실적 장벽들 또한 섬세하게 그려냈다. 윤주가 같이 사는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하자 친구는 돌변한다. 연애와 무관한 현실의 장벽도 있다. 교수의 요청을 거절한 뒤, 교수는 윤주의 작품을 사사건건 트집 잡는다. 보편과 특수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윤주와 지수가 헤어지게 되는 원인도 그 사이에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예전에는 게이·레즈비언 영화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앞세웠다. 그 문제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리얼리티를 못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연애담>은 ‘이렇게 봐주세요’ 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위켄즈>는 베를린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친구사이 제공
<위켄즈>는 베를린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친구사이 제공
■ 착한 게이에서 다양한 게이로 <걱정말아요>는 3개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소준문 감독의 ‘애타는 마음’은 택시기사 춘길이 바람난 연인을 쫓는 현준을 택시에 태우고 달리는 이야기다. 김현 감독, 김대견 감독의 첫 연출작 ‘새끼손가락’은 동성애 인권단체에서 만나게 된 옛 연인을 다룬다. 신종훈 감독의 ‘소월길’은 박카스 아줌마가 등장한다. 낮에는 식당, 밤에는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박카스 아줌마는 트랜스젠더 은지를 만난다.

“내 안에 욕정이 꿈틀댄다. 어김없이 나는 화려한 외출을 준비한다.” ‘애타는 마음’ 첫 부분 춘길의 내레이션이 문을 연다. 소 감독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조심해야 될 부분이 많다. 일반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포장’을 하는 것이다. ‘애타는 마음’에서는 그대로를 그리려고 했다. 이전 영화들이 착한 게이들만 그렸다. 이제는 다양한 모습의 게이들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퀴어영화들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삶의 모습으로 대변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량한 퀴어영화 옴니버스 프로젝트’ <걱정말아요>의 한 편인 ‘애타는 마음’에서 춘길 역을 맡은 정지순.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선량한 퀴어영화 옴니버스 프로젝트’ <걱정말아요>의 한 편인 ‘애타는 마음’에서 춘길 역을 맡은 정지순.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 양적이고 질적인 성장 “처음에는 모자이크가 훨씬 많았다.” 4년 전 <위켄즈>를 찍기 시작할 때 지보이스 단원들은 얼굴을 공개하는 문제로 많은 토론을 했다. “여전히 두렵지만 4년 사이 용기를 내준 사람이 많다. ‘나 모자이크 안 해도 돼’라고 허락을 해줬을 때 감동적이었다.”(이동하 감독)

<위켄즈>는 퀴어퍼레이드 현장과 동성결혼식장에서 있었던 분뇨 사건, 서울시 인권헌장 사태 때의 무지갯빛 행동 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현실의 과정들이 영화를 만든 원동력이 되고 용기를 낸 배경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노래해야 한다.”(<위켄즈>) 내년에는 극장에서 더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꿈의 제인>(조현훈 감독)과 <분장>(남연우 감독)도 내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꿈의 제인>은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가출팸’을 돌봐주는 트랜스젠더 이야기다. <분장>은 자신을 속이는 것에 익숙해진 배우가 유명해지면서 겪는 사건을 다룬다. 성소수자 영화제인 ‘프라이드영화제’에서 ‘핑크머니상’을 수상했다. 소준문 감독은 “이성애자 감독의 작품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1년에 한 편 개봉할까 말까 하던 퀴어영화의 양적·질적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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