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아리랑 전문가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10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아리랑페스티벌 개막식장에서 ‘나운규 서울아리랑상’시상식에 앞서 함께 자리한 김연갑(왼쪽) 상임이사와 나광열(오른쪽)씨.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회 서울아리랑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영화 <아리랑>을 만든 고 춘사 나운규 감독이었다. 1937년 35살 이른 나이에 요절한 나 감독과, 16년째 와병중인 아들 나봉한 감독을 대신해 손자 나광열(50)씨가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인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감회 어린 표정으로 지켜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62) 상임이사였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윤영달 조직위원장이 ‘서울아리랑상’ 수상자 나운규 감독의 손자 나광열씨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1930년 3월 <아리랑> 2편 개봉 직후 28살의 나운규 감독. 1962년 북한에서 발행한 최초의 개인 전기인 <나운규와 그의 예술>(평양출판사)에 실린 사진이다. 김연갑 상임이사는 1999년 일본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와병’ 나봉한 감독 대신 손자 광열씨 받아
“북쪽 백부님 후손들에게 확인했으면…” ‘아리랑 지킴이’ 40여년 김 상임이사
93년 찾아낸 일본인 소장자 끝내 ‘침묵’
“새해 100돌기념사업회 꾸려 다시 추적” 함께 자리한 손자 광열씨도 “아버지는 3살 때 조부께서 돌아가신 바람에 가족사진 한장도, 추억도 거의 없으셨지만 유지를 잇고자 영화감독이 됐고 원본을 찾으려 애쓰시다 끝내 쓰러지셨어요. 그나마 조부께서 남긴 유품마저 잦은 이사로 유실됐고요. 북쪽에 남았던 백부와 그 후손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자료나 유품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라며 이산가족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상임이사는 “북에서 ‘아리랑’ 원본 필름을 본 적이 있고, 영상으로 찍어두기도 했다”는 신상옥 감독의 증언이 있었고, 80년대 일본의 핵기술자들이 김정일을 만나러 다닐 때 원본 필름을 선물로 전했다는 소문도 있다며, 남북 문화교류의 또 다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증언으로는 근현대사 자료 수집가 이석우씨가 <월간 조선>(10월호)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아리랑’ 원본 필름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제보를 받고 건너가 확인해보니 앞부분 일부에 ‘아리랑’ 첫 장면이 들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씨는 “미국에서 ‘아리랑’ 필름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미군정이 국내·수입 영화 검열도 하고 필름 보급도 하는 등 영화정책을 관장했는데 한국 정부에 권력을 이양한 뒤 영화 필름을 모두 본국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김 상임이사는 “‘아리랑’은 모두 3부작 시리즈로 제작됐고, 개봉 이후 50년대까지 전국에서 최소한 830회 이상 상영됐기 때문에 어딘가에는 분명 필름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차길진 협회 이사장, 원로 영화평론가 김종원, 영화연예사가 김종욱 선생 등과 함께 새해 1월 100주년기념사업회를 구성해 일본으로 아베의 변호사를 만나러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리랑 원본 찾기 사업’에는 나광열씨와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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