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프렌치 아이’의 ‘실뱅 쇼메 전작전’을 기해 한국을 방문한 쇼메 감독. 구둘래 기자
말을 하지 않는 피아니스트, 아파트 안의 숨겨진 정원, 나무를 위해 1인시위를 하는 마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의 실뱅 쇼메 감독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영화제에서는 단편을 포함한 그의 전작이 상영되고 일반인들 대상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한다. 페스티벌 개막일인 21일 부천의 한 카페에서 쇼메 감독을 만났다.
쇼메 감독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졌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벨빌의 세 쌍둥이>(2003), <일루셔니스트>(2010)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다. 작곡가로도 활동하면서 영화음악을 담당했고,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조란, 마이 네퓨 더 이디엇>(2013)에서는 배우로도 출연했다.
그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시작해 애니메이션, 실사영화로 옮겨왔다. “그래픽 노블이 프랑스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문화다. 그림을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 그래픽 노블 작가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예술적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이고 상업적이며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제를 방문하면서 예술적인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사영화로 옮겨가는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사랑해 파리>(2006년·코언 형제 등 20여명의 감독이 참여한 다국적 옴니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맡은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비용 문제로 실사영화를 만들었고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은 실뱅 쇼메 감독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그의 작품은 무성영화를 보는 듯하다. <벨빌…>의 자전거 선수와 <…비밀정원>의 피아니스트는 말을 하지 않고, <일루셔니스트>의 주인공 마술사는 소녀와는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상상의 세계인 애니메이션에 실제 사람 목소리를 입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차기작인 <1천마일>에서는 한번 더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탈리아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에 말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다.” <1천마일>은 나이가 들어 재회하게 되는 두 형제의 이야기로, 이들의 회상 속에서 이탈리아의 1910~1980년의 세월이 펼쳐진다. 펠리니 등 이탈리아 영화 전통에 오마주를 바치는 작품으로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제목은 형제가 타는 차의 이름이다.
손자의 납치를 끝까지 쫓는 할머니 수자(<벨빌…>), 소녀를 위해 밤에도 일하는 마술사(<일루셔니스트>),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노부인(<노부인과 비둘기>) 등 그의 영화에는 나이 든 세대의 아래를 향한 헌신이 많이 표현된다. “영어로는 ‘테이크 케어’인데 부성애든 모성애든 아랫사람을 돌보아주는 다양한 사랑의 종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못에 폭탄을 던져 개구리를 잡는 세 쌍둥이(<벨빌…>), 마술사가 진짜로 마술로 물건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소녀 앨리스(<일루셔니스트>), 슈케트와 차를 즐기는 피아니스트 폴(<마담 프루스트…>) 등 매력적인 캐릭터 중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를 물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고르라는 것과 비슷하다. 그림 면에서는 세 쌍둥이가 아름답게 표현됐다고 생각하고,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것은 <마담 프루스트…>의 의사다.”
실뱅 쇼메 감독의 <벨빌의 세 쌍둥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마침 힙합그룹 몬스타엑스의 아이엠 등이 <마담 프루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 ‘마들렌’을 20일 발표하고 <벨빌…>은 오는 27일 제작 13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쇼메 감독은 “<마담 프루스트…>를 좋아해준 사람이라면 이 독특한 영화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에 같이 방문한 가족과 다 함께 워터파크, 바다와 산이 있는 시골을 방문할 예정이다. “막걸리도 충분히 즐길 생각”이라고도 했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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