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이상한 아이들’. 왼쪽부터 올리브(로런 매크로스티), 브론윈(픽시 데이비스), 밀러드(캐머론 킹), 쌍둥이(토머스 오드웰과 조지프 오드웰), 에마(엘라 퍼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팀 버튼이 4년 만에 판타지호러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9월28일 개봉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팀 버튼의 무서우면서도 환상적인 <가위손> <유령신부> <크리스마스 악몽>의 세계가 그리운 팬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다.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는 존재감이 없는 소년이다. 학교 친구에게 인사해도 무시만 당할 뿐이다. 자신 역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에이브러햄은 미스 페레그린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고아원 아이들은 하나같이 신기했다. 피오나는 식물을 금세 자라게 해 저녁식사 거리를 마련하고, 호러스는 꿈속에서 본 것을 영사하여 다른 이에게 보여주며, 휴는 입속에 벌을 키운다. 괴력을 지닌 소녀(브론윈), 불을 다루는 10대 소녀(올리브),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소년(이넉)도 있다.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쌍둥이는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니고(영화에서 나중에 밝혀진다), 수줍음이 많은 클레어는 뒤통수에 육식동물의 입을 가지고 있다. 에마(엘라 퍼넬)는 공기보다 가벼워 납 신발을 신고 다닌다.
제이크는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인을 목격한 뒤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확인하여 병을 고치자는 정신과 의사의 조언에 따라 제이크는 아버지와 함께 영국 웨일스의 섬을 방문한다. 길에서 만난 에마를 따라가던 제이크는 할아버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1943년 독일군의 폭격이 있기 전 하루를 반복해서 살고 있다. 미스 페레그린이 타임루프 마법을 부려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크가 에마를 줄에 묶어 끌어가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제이크의 눈앞에 현현하는 놀라움은, 동명의 원작을 읽은 독자들 앞에 책 속 캐릭터들이 살아 나오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랜섬 릭스의 원작은 2011년 출간돼 이듬해 <뉴욕 타임스>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자리를 45주간 지켰다. 팀 버튼은 원작이 ‘사진들’에서 착안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릭스는 원래 사진 수집가였는데, 편집자의 제안에 따라 수집해온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팀 버튼은 사진 이미지를 참조하고, 원작 속 독특한 인물들을 추리고 이야기를 바꿔 자신의 방식대로 ‘환상 동화 세계’를 창조해냈다. 제이크와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에마에게, 원작에서는 올리브가 가졌던 능력을 주었다. 영화의 대표 이미지인, 제이크가 하늘을 나는 에마를 줄로 묶어 끌고 가는 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타임루프 마법과 악당들의 복잡한 스토리도 간결하게 묘사되었다. 원작 속 빅토리아 시대 의상은 영화에선 1940년대 의상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과 서울 간 라이브 화상 간담회를 통해 한국 기자들과 만난 에바 그린(미스 페레그린 역, 왼쪽)과 팀 버튼 감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미스 페레그린 역을 맡은 에바 그린과 팀 버튼 감독은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과 연결하여 진행된 라이브 화상 간담회를 통해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대화 중 둘의 ‘아웃사이더’로서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공포영화가 무섭지 않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은 두려웠다. 아침에 겁에 질려서 깨어나기도 했다. 나중에 극복하긴 했지만.”(팀 버튼) “학교에서 많은 트라우마를 겪었다.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아서 대화를 할 줄 모르고, 선생님 질문을 받고는 죽을 것 같기도 했다. 생일파티에도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친구도 없었다.”(에바 그린) “우리가 그래서 친하다. 둘이 같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다.”(팀 버튼)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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