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눈앞 영화 ‘밀정’
송강호(오른쪽)와 <밀정> 촬영 현장에 있는 김지운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하시모토는 이정출을 압박하고
김우진에 갈 수밖에 없다 느낀다” 의열단이 상하이에서 마련한 폭탄을 실은 기차를 타고 경성까지 가는 장면은 영화를 반분하는 ‘클라이맥스’다. 2시간19분짜리 영화의 1시간 지점, 의열단 일당이 탄 열차에 그들을 쫓는 일제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하시모토(엄태구) 일행이 타면서 본격 신이 시작된다. 이 장면은 20여분간 지속되니 영화의 딱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 <밀정>을 딱 반분하는 클라이맥스가 기차 신이다. 극중 기차 식당칸에 의열단원과 일제 경찰이 함께 모여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 왼쪽부터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일경 하시모토(엄태구), 이정출(송강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밀정>
“연계순의 처연한 액션 장면 탁월
그런 풍경이 나올 줄 나도 몰랐다” 이 작은 몸피가 일으키는 처연함이 김지운 감독이 뽑은 좋아하는 장면이다. 의열단 일행이 도착한 경성역, 연계순은 사진이 배포되어 일정의 1차 검거 리스트에 올라 있다. 궁지에 몰린 연계순은 품에서 총을 꺼내어 일정을 쏘고, 연계순 주변의 사람들이 흩어진다. 일련의 과정이 부감으로 촬영되었다. “연계순은 강인하고 옹골찬 캐릭터다. 김우진처럼 감정을 끌어올리는 역할이다. 경성역에서 외롭게 싸우는 처연한 액션 장면을 한지민씨가 했다는 것이 기쁘다. 그런 풍경이 나올 줄 몰랐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와 겹치기도 한다. “영화 <글로리아>(존 캐서베티스 감독)에서 지나 롤런즈가 차갑게 총을 쏘는 장면은 내 인생 베스트 중 하나다. 예전 패션지에서 옛날 영화 장면을 리메이크하는 오마주 기획에서 배우 고두심씨에게 이 장면을 재연하게 한 적도 있다. 그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밀정>
“인간은 퇴장해도 역사는 이어져
대물려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 인간은 퇴장해도 역사는 이어진다 김지운 감독은 맨 처음에 차가운 ‘스파이극’을 생각했다. 참고 삼았던 것은 <제3의 사나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색계> 같은 묵직하고 중후한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 이정출이 교복을 입은 남자에게 가방과 돈을 건네는 곳은 낙엽송이 소실점을 향해 서 있는 곳이다. <제3의 사나이>에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 연상된다. “사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연출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인간은 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젊은 사람에게 이어진다. 대물려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정출이 물건을 건네는 인물은 정채산(의열단장·이병헌) 수행비서다. 이전 장면에서 몇번 얼굴을 비쳤는데, 신인이어서인지 잘 알아보지는 못하더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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