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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밀정’ 감독이 뽑은 3장면…이 장면에서 관객 가슴이 뜨거워졌으면

등록 2016-09-18 20:45수정 2016-09-18 21:26

600만 눈앞 영화 ‘밀정’
송강호(오른쪽)와 <밀정> 촬영 현장에 있는 김지운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송강호(오른쪽)와 <밀정> 촬영 현장에 있는 김지운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밀정>이 올 추석 극장가를 석권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밀정>은 17일까지 558만4270명이 관람해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이 특별히 신경 썼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세 장면을 스스로 꼽았다. “시대의 무게감 때문에 영화 스타일, 자의식을 접어두고 따라갔다”고 감독은 말한다. 특별한 세 장면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개봉 다음날인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 감독을 단독 인터뷰 했다. (※이 기사는 영화의 결론 부분을 비롯한 주요 장면 설명이 포함돼 있음을 알립니다.)

기차, 역사를 향해 돌진하다 할리우드에서의 두번째 연출작 <카워드>가 배우들의 스케줄이 안 맞아 캐스팅 난항이 거듭되는 와중이었다. 제작자가 <밀정>의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 시나리오는 묵직하고 진중한데 상업적인 안배는 없어 보였다. “상업적인 각이 나오는지를 고민해보겠다”고 시나리오를 붙들었다. 인물을 보강하고, 오프닝·엔딩을 만들어 넣고는 지금의 꼴로 만들었다. 이때 영화를 움직이는 주요한 모멘텀으로 집어넣은 게 기차 신이다.

#1 기차안 장면 송강호의 고뇌
“하시모토는 이정출을 압박하고
김우진에 갈 수밖에 없다 느낀다”

의열단이 상하이에서 마련한 폭탄을 실은 기차를 타고 경성까지 가는 장면은 영화를 반분하는 ‘클라이맥스’다. 2시간19분짜리 영화의 1시간 지점, 의열단 일당이 탄 열차에 그들을 쫓는 일제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하시모토(엄태구) 일행이 타면서 본격 신이 시작된다. 이 장면은 20여분간 지속되니 영화의 딱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 <밀정>을 딱 반분하는 클라이맥스가 기차 신이다. 극중 기차 식당칸에 의열단원과 일제 경찰이 함께 모여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 왼쪽부터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일경 하시모토(엄태구), 이정출(송강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밀정>을 딱 반분하는 클라이맥스가 기차 신이다. 극중 기차 식당칸에 의열단원과 일제 경찰이 함께 모여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 왼쪽부터 의열단원 김우진(공유), 일경 하시모토(엄태구), 이정출(송강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우진(공유)은 의열단 속 밀정을 색출하기 위해, 일본 경찰들은 여행객 속에 숨은 의열단을 색출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통로를 왕래한다. 의열단의 특별한 초대를 받았던 이정출은 안절부절못한다. 기차는 그 시대의 역사, 시대성을 상징한다. “달려가는 기차 안에 등장인물을 던져놓았다. 목적지는 가까워지고, 인물들의 감정 역시 조여온다. 한 사람(김우진)은 자기 신념을 가지고 직진 운동을 하고, 한 사람(이정출)은 순방향으로 갔다가 역방향으로 갔다가 갈팡질팡한다.”

기차 장면 중에서도 이정출이 식당칸을 향하는 슬로모션이 감독이 뽑은 장면이다. 하시모토가 수하와 작전을 짜면서 이정출을 시선으로 압박한다. 이정출은 김우진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이정출 테마곡이 나오고 통로 문을 열어젖히는 그의 얼굴에 방향을 정한 듯한 결연함이 떠오른다.

연계순, 처연하게 총을 쏘다 극중 여성 의열단원인 연계순(한지민)의 주검이 실려가는 장면은 실제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찍었다. 이정출은 주검이 담긴 수레를 향해 “뭐가 그리 작소” 하며 다가간다. 작은 손과 발이 나오고 꺼억꺼억 하는 울음이 극장을 채운다. 배우 송강호는 “아마 한지민씨가 손발이 작아서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정출은 이 작은 손발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감정에 휩싸인다”며 “이정출 심경 변화의 중요한 계기”라고 말한다.

영화 <밀정>
영화 <밀정>
#2 경성역 장면 한지민의 총성
“연계순의 처연한 액션 장면 탁월
그런 풍경이 나올 줄 나도 몰랐다”

이 작은 몸피가 일으키는 처연함이 김지운 감독이 뽑은 좋아하는 장면이다. 의열단 일행이 도착한 경성역, 연계순은 사진이 배포되어 일정의 1차 검거 리스트에 올라 있다. 궁지에 몰린 연계순은 품에서 총을 꺼내어 일정을 쏘고, 연계순 주변의 사람들이 흩어진다. 일련의 과정이 부감으로 촬영되었다. “연계순은 강인하고 옹골찬 캐릭터다. 김우진처럼 감정을 끌어올리는 역할이다. 경성역에서 외롭게 싸우는 처연한 액션 장면을 한지민씨가 했다는 것이 기쁘다. 그런 풍경이 나올 줄 몰랐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와 겹치기도 한다. “영화 <글로리아>(존 캐서베티스 감독)에서 지나 롤런즈가 차갑게 총을 쏘는 장면은 내 인생 베스트 중 하나다. 예전 패션지에서 옛날 영화 장면을 리메이크하는 오마주 기획에서 배우 고두심씨에게 이 장면을 재연하게 한 적도 있다. 그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밀정>
영화 <밀정>
#3 마지막 장면 송강호와 교복남자
“인간은 퇴장해도 역사는 이어져
대물려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인간은 퇴장해도 역사는 이어진다 김지운 감독은 맨 처음에 차가운 ‘스파이극’을 생각했다. 참고 삼았던 것은 <제3의 사나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색계> 같은 묵직하고 중후한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 이정출이 교복을 입은 남자에게 가방과 돈을 건네는 곳은 낙엽송이 소실점을 향해 서 있는 곳이다. <제3의 사나이>에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 연상된다. “사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연출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인간은 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젊은 사람에게 이어진다. 대물려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정출이 물건을 건네는 인물은 정채산(의열단장·이병헌) 수행비서다. 이전 장면에서 몇번 얼굴을 비쳤는데, 신인이어서인지 잘 알아보지는 못하더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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