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0월6~15일 열린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제 쪽은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흑백영화 <춘몽>”이라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률 감독은 “수색역 부근을 배경으로 했는데 그곳은 어제 갔다 와도 색깔이 기억나지 않는 곳”이라며 흑백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야한 꿈이나 일장춘몽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봄날의 꿈 같은 영화다. 그간 영화에 투자를 받는 데 힘들었는데, 이번 영화는 투자자들이 안심하셔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화는 전신마비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에게 익준, 종빈, 정범 세 명의 동네 청년들이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로, 유머러스한 내용이라고 장 감독은 소개했다. 배우 한예리와 세 명의 영화 감독(<똥파리> 양익준,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무산일기> 박정범)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한다. 그외에 제작자 이준동, 배우 김의성 등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폐막작은 후세인 하싼의 <검은 바람>으로 이라크 영화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쿠르드족 중에서도 이슬람이 아니라 고유의 야지디 정교를 믿는 야지디족을 담은 영화로 야지디족에 대한 아이에스(IS)의 박해도 그려진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오늘’은 이미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정은채, 정유미, 한예리, 임수정 네 명의 여자배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을 비롯하여 <커피메이트> <유타가는 길> <두 남자> 등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4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미국 벤 영거의 <블리드 포 디스>, 일본 구로사와 기요시의 프랑스·벨기에 합작 영화 <은판 위의 여인>, 이상일 감독의 <분노>, 일본 애니메이션 화제작 <너의 이름은>이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뉴 커런츠’ 부문은 전 작품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이란을 경유하여 희망을 땅을 찾아나서는 아프가니스탄 젊은이들을 그린 이란·아프가니스탄 작품 나비드 마흐무디의 <이별> 등 10개국 11개 작품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아시아 영화의 창’ 부분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자얀데루드의 밤>과 카말 타브리지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 등 두 이란 작품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자얀데루드의 밤>은 이란에서 한 번 상영된 뒤 상영이 금지되었던 작품으로, 다행히 40분이 잘렸지만 상영 필름이 남아 있어 상영하게 되었다. <순례길에서 생긴 일>은 최근 해금되어 상영작에 포함되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들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이두용 감독 회고전과 함께 올 7월 타계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특별전이 열린다. 타계 소식이 전해진 뒤 수소문하여 10개 작품의 수급을 마쳤다. 감독의 아들인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가 방문할 예정이다. ‘월드 시네마’ 부문에서는 폴란드 거장 안제이 바이다의 <애프터 이미지>를 비롯하여, <노 맨스 랜드> 다니스 타노비치의 신작 <사라예보의 죽음> 등이 한국을 찾는다. 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 ‘아시아 연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초청작은 69개국 301편으로,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 걸린다. 월드 프리미어는 9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이다.
이번 영화제는 부산시가 고발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 7월22일 임시총회를 거쳐서 개정된 정관에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이사장이 되었다. 정관개정 이후인 8월1일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보이콧 철회에 관한 소속 9단체 투표 결과, 4단체는 철회, 4단체는 철회 반대, 1단체는 유보 의사를 밝혔다면서 “계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김동호 이사장은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그러나 개별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단체들과 계속적인 대화와 설득을 전개했다. 그 결과 작품선정에서 거의 바라는 정도의 전폭적인 동참을 얻었다. 그런 면에서 선택과 집중의 여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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