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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안락의자’ 전쟁에 대한 치밀한 묘사

등록 2016-07-11 14:11수정 2016-07-11 14:53

케냐-영국-미국 3개국의 드론 합동 전쟁 다룬 <아이 인 더 스카이>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드론 조종사의 앞에는 드론이 보내준 영상이 있다. 그는 지상에서 작전을 펼친다. 판시네마 제공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드론 조종사의 앞에는 드론이 보내준 영상이 있다. 그는 지상에서 작전을 펼친다. 판시네마 제공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안락의자 전쟁’을 다룬다. 소말리아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폭탄 테러 준비 상황을 목격한 케냐, 영국, 미국은 긴박한 합동 작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총을 든 대원도 그들이 출동하는 일도 없다. 이 모든 일은 드론(무인기)이 보내주는 영상과 통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영국 정보부는 영국 출신 테러리스트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 은신 중이던 테러리스트의 신원을 확보하고 감시 드론이 보내는 영상을 통해 제거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는 알샤바브 추종 마을의 한 가옥에 들른다. 파리 모양의 초소형 감시 드론이 비춘 영상에 따르면 가옥에는 엄청난 양의 폭탄이 준비되어 있다. 이 폭탄은 조끼에 차곡차곡 채워진다. 자살폭탄 테러가 임박한 것이다. 한편 미국 공군기지에는 조종사와 분석가가 드론을 공격할 지점과 시점에 대한 명령을 받고 대기 중이다. 영상은 타깃만을 비추지 않는다. 폭탄 투하 지점 담벼락에 빵을 팔기 위해 어린 소녀가 나온다. 가옥에 폭탄이 투하되면 소녀가 희생될 것은 명백하다. 폭탄 테러범이 가옥을 나서는 것과 소녀가 빵을 다 팔고 집으로 가는 것, 어느 것이 먼저가 될까.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토론은 영국 정부의 회의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곳에서 폭탄테러를 저지르게 되면 적어도 100명이 희생될 것이다. 지금 폭탄을 투하하면 100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100명의 희생은 가능형이지만 1명의 죽음은 확실하다. 영국 고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룬다. 싱가포르에 간 외무장관은 상황을 전해듣고는 총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떠넘긴다. 총리의 전언은 이렇다. “최선을 다하라.”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말자는 ‘감성적’ 주장은 ‘선전전’에 대한 저울질이 나오자 설득력을 얻는다. “100명의 희생자는 공격을 받는 것이지만 1명은 드론으로 죽이는 것이다. 100명의 희생자를 내어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한 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공격받는 것보다 낫다.”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적극적 공격파’ 캐서린 파월 대령을 연기한 헬렌 미렌.  판시네마 제공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 ‘적극적 공격파’ 캐서린 파월 대령을 연기한 헬렌 미렌. 판시네마 제공
일이 끝난 뒤 조종사는 실외로 나오며 시린 눈을 비빈다. 모든 일은 안락의자에서 벌어졌다. 현대 전쟁의 아이러니다. 전쟁은 슈팅 게임 같아졌다. 그나마 여기서는 한 소녀로 인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지만 이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상’에 가깝다. 미국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드론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의 90%가 민간인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의 드론 작전을 담당하던 퇴역 군인들이 드론 작전을 하지 말도록 청원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가 드론 전쟁의 참상이 담긴 영상을 대원 모집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엑스맨 탄생: 울버린> <엔더스 게임> 등을 연출한 개빈 후드가 감독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앨럭 릭먼(극중 벤슨 장군, <해리포터> 시리즈 스네이프 교수)의 유작이다. 14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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