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신작 ‘곡성’ 12일 개봉
추격자·황해 이어 이번엔 ‘오컬트’
한국 무당·일본 원시신앙 등장에
원혼·좀비까지 음울한 공포 엄습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진출
“납득 안되는 사건을 생각하다가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게 됐네요”
추격자·황해 이어 이번엔 ‘오컬트’
한국 무당·일본 원시신앙 등장에
원혼·좀비까지 음울한 공포 엄습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진출
“납득 안되는 사건을 생각하다가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게 됐네요”
2016년 한국영화계의 기대작 <곡성>은 ‘완벽주의자’ 나홍진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촬영 전 시나리오를 미리 본 봉준호 감독이 급체를 하고, 임필성 감독은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나홍진 영화’ 특유의 음울한 공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3일 첫 시사회, 156분의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미동도 없는 긴장감이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나홍진은 <곡성>으로 무시무시한 ‘나홍진 장르’를 완성됐다. 추격, 오컬트 등의 장르물에 피와 살이 돋은 ‘핏빛 리얼리티’가 더해졌다. <추격자>(2008)에서 연쇄살인범이 쫓고 쫓기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황해>(2010)에서는 조선족 남성을 내세워 비정한 현실의 지옥도를 그린 데 이어 나 감독은 <곡성>에서 오컬트의 리얼리티를 섬뜩하게 파고든다.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이 나오는 누가복음 구절로 화면을 연 뒤, 가톨릭 부제가 통역관으로 나타나고 무당과 일본의 원시신앙이 등장하며, 거기에 원혼과 서양의 좀비까지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집합해 피를 흘리고 살이 물러터진다.
감독은 첫 시사 뒤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는 왜 피해를 입어야 했을까. 미친 놈을 길거리에서 만난 이유가 뭘까.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는 있으나 납득이 안 된다. 더 생각을 해보다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질문의 도구로 삼은 피해자는 경찰 종구(곽도원)다. 종구가 가진 종교라면 ‘가족’이다. 마을 곳곳에서 끔찍한 집단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살인을 벌인 이의 증상이 딸(김환희)에게서 나타나자 종구는 패닉에 빠진다. 종구네는 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고 종구는 무명(천우희)의 말을 듣고 뒤숭숭한 소문 속의 일본인(쿠니무라 준) 집을 찾아간다.
나홍진 감독은 2014년부터 시작된 6개월의 촬영 뒤 개봉을 미루며 후반작업을 마무리했다. 촬영은 강원도 철원에서 전남 곡성 인근 구례, 순천, 장성까지 이어졌다. 180일 150회차 촬영은 로케이션을 감안하면 잠시도 쉬기 힘든 강행군이었다.
영화제 진출은 기대하지 않는다던 감독의 말과 달리 <곡성>은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거장들의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나 감독은 <곡성>까지 모든 작품을 칸에서 상영하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곡성>은 12일 한국 개봉 뒤 폭스인터내셔널에 의해 세계 배급된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폭력적인 장면 묘사는 피했지만 암시만으로 숨막히게 하는 끔찍함이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인터뷰] 주인공 곽도원·천우희 곽도원 “촬영이 끝나면 매일 다리를 절어”
천우희 “제 역할요? 긴장감 유지하는거죠” <곡성>에서 소장 대사에 따르면, 경찰 종구는 “간뎅이가 쥐좆만 하고 성격이 가시내같다.”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숨고 눈을 감고 미끄러지고 팔짝 뛰게 놀란다. 악역을 도맡아 하던 곽도원에게는 팔짝 뛰고 까무러칠 일이다. “경찰이라는 국가 공무원이지만 그 안에는 여린 부분이 있는 사람이다. 종구는 나이만 먹었지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종구는 그가 생애 최초로 맡은 주연이다. 주연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힘을 빼는’ 일이었다. “주연은 작품 속에 병풍처럼 존재해야지 과해지거나 힘이 들어가면 관객들이 주인공 하나만 쳐다보게 돼 영화가 지루해진다.”
이번 촬영은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다. 촬영을 마치면 매일 다리를 절면서 숙소 계단을 올라야 했다. “한 컷도 안일하게 찍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힘들었지만, 후회가 남는 것보다 빡 센 현장이 좋다.” 동네 친구들이랑 함께 달려들어 누군가를 때려잡는 씬을 찍는 데는 1주일이 걸렸다. 해의 방향 때문에 아침 10시부터 낮 3시밖에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의 그림자 때문에 대나무를 옮겨 심기도 했다. 촬영 스케줄이 꼬여서 감정이 고조되는 시간 흐름대로 찍을 수 없는 점도 큰 도전이었다. 한 장면을 감정을 빼고 넣으며 여러 컷을 찍어야 했다. 곽도원의 연기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곽도원이 총이라면 영점이 어마어마하게 잘 잡힌 총이다. 조준하면 무조건 맞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신뢰를 보낸다.
비중이 큰 역은 아니지만, <곡성>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축은 천우희(무명 역)다. 밝은 대낮에도 어둠이 가득한 그의 얼굴은 천진난만하면서도 무섭다. 살인사건이 난 집 앞을 지키는 종구 앞으로 돌을 하나하나 던지는데, 장면이 바뀌고 나면 종구 주변에 돌이 가득하고 무명은 종구에게 어느새 다가와 있다. 무명은 귀신인지 사람인지, 악인인지 선인인지를 알 수 없는 얼굴과 질문으로 종구를 혼란에 빠뜨린다. 천우희는 “나쁘다, 착하다 식의 연기는 너무 단순하다. 관객들이 2시간30분 넘게 나와 이 영화에 현혹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존재가 돼야 했다. 지금까지의 캐릭터들도 언제나 만들 때마다 괴로웠는데 이번만큼 괴로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곽도원(오른쪽).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천우희.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황정민.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쿠니무라 준.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인터뷰] 주인공 곽도원·천우희 곽도원 “촬영이 끝나면 매일 다리를 절어”
천우희 “제 역할요? 긴장감 유지하는거죠” <곡성>에서 소장 대사에 따르면, 경찰 종구는 “간뎅이가 쥐좆만 하고 성격이 가시내같다.”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숨고 눈을 감고 미끄러지고 팔짝 뛰게 놀란다. 악역을 도맡아 하던 곽도원에게는 팔짝 뛰고 까무러칠 일이다. “경찰이라는 국가 공무원이지만 그 안에는 여린 부분이 있는 사람이다. 종구는 나이만 먹었지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곽도원.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천우희.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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