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브루클린’과 ‘사랑과 음악 사이’
옛 기억처럼 다가온 새로운 사람
두 평행세계가 부닥치며 불꽃이
옛 기억처럼 다가온 새로운 사람
두 평행세계가 부닥치며 불꽃이
사랑이 떠나고 사랑이 다시 온다. <브루클린>은 두 개의 사랑 풍경을 평행하여 그리고, <사랑과 음악 사이>(오른쪽)는 불꽃 튀는 ‘바통터치’를 보여준다.
<사랑과 음악 사이>에서 해나(레베카 홀)는 갑작스럽게 떠난 남편 헌터 마일스를 잊지 못한다. 남편 헌터는 걸작 앨범 하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마음 속 사랑을 다 주지 못해서” 해나는 남편과 있었던 일을 기록하려고 한다. 해나에게 경쟁자가 등장한다. 헌터의 노래를 좋아해서 그의 생애까지도 기록하려고 미망인 해나를 찾아온 앤드루(제이슨 서디키스)다. 글을 쓰며 주관적인 거리를 줄이지 못하던 해나는 앤드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브루클린>에서 1950년대 아일랜드 아가씨 에일리스(시얼샤 로넌)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 브루클린으로 간다. 향수병에 시달리던 에일리스는 댄스파티에서 토니(에모리 코헨)을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아일랜드에 있던 언니 로즈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듣고 고향 마을을 찾아간 에일리스는 그곳에서 짐 패럴(돔놀 글리슨)을 만나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브루클린>의 원작자인 아일랜드 작가 콜럼 토빈은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두 번씩 나타나거나 서로에 대한 반향으로서 두 번 되풀이된다.” 영화에서도 그렇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간 뉴욕과 그곳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시골 마을과 서로 빤한 사정 속에서 만난 고향 아일랜드 남자는 그렇게 다르면서도, 사랑이라는 조건 아래서는 똑같다. 에일리스는 남자들의 가족을 만나고 같이 바다로 수영하러 가고 똑같이 마음 설렌다. 사소한 설정들도 거울상처럼 비춘다. 에일리스와 언니는 둘 다 경리 일을 하고, 이탈리아 남자의 야구는 아일랜드 남자의 럭비다.
<사랑과 음악 사이>에서도 사랑의 풍경은 나란하다. 헌터를 아들 같이 여겼던 해나의 부모는 앤드루가 해나의 새 남자친구인 줄 알고 기뻐하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수미쌍관처럼 호수가다. 두 평행세계가 부딪히는 순간 감정이 가장 격해진다. 해나가 울음을 터트리며 앤드루에게 화를 내는 순간, 그 옛날의 감정이 평행하게 옮겨갔음을 관객들은 알게 된다. “사랑하면 놔주라.” 달라이 라마가 말했고 이후에 스팅이 노래했다 한다. 두 연인 사이에서 갈등할 때 주는 교훈이다. 달라이 라마의 말은 이어진다. “놔주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다.”
에일리스와 해나는 둘 다 현명하다. 소설의 구절대로 젊은 시절 이미 “훗날 이 일을 떠올리며 웃을 때가 올 거라는 걸 에일리스는 알고 있었다.” 해나는 말한다. “애써 살아내는 것이 좋아요. 꽃이 피고 흙으로 다시 돌아가고, 희망으로 가득 차고.” 봄은 오듯 사랑도 계속 온다. <브루클린> 21일 개봉, <사랑과 음악 사이>는 28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랑과 음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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