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임수정은 욕심이 많다.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그는 1983년과 2015년의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1인2역이다. 감성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남자들이 ‘스릴러’를 하는 사이 임수정은 ‘감성’을 연기한다. 1983년과 2015년의 남자들이 ‘스릴러’를 하는 원인 제공자이자 이야기의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여성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삶의 이유가 된 임수정을 봄이 완연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른 두 시대의 사랑을 받는다니 여배우라면 탐을 낼 만한 캐릭터다.” 영화에 많이 고팠다. 2년에 1편 정도로 과작인 그는 이 시나리오를 읽고는 바로 오케이 사인을 줬다. “여성 캐릭터의 분량은 따지지 않았다.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요즘 사실 로맨스 영화가 제작되더라도 확률적으로 관객의 사랑과 지지를 받기가 힘들다. 전체적으로는 스릴러에 가깝지만 로맨스를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여성여성’ 하게 연기했다.”

시대를 오갔지만 연기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큰 부담 갖지 말고 연기하라고 했다. 다르면서도 같은 인물이다. 숫자를 셀 때 새끼손가락부터 접는… 근데 그런 사람 있나. 그런 소소한 공통점, 장치들을 보면 동일한 사람이다.” 그래도 시대의 변화는 담겨 있다. “옛날에는 결혼식 전에 남자가 웨딩드레스를 보면 안 되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 같이 보러 가야지. 시간 빼, 무슨 소리야, 그런다. 2015년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보고 싶어요. 요리해줄게요’라는 말에 ‘저는 먹는 것 잘해요’라고 한다.”

현실에선 1983년 임수정은 갓난아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하면서는 과거 인물인 윤정에 더 끌린 것 같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 있던 의자 같은 옛날 기억들이 났다. 의상이나 이런 것들도 어린시절에 보았던 것들인데, 이런 것을 입어보는 경험이 즐거웠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게 배우로서는 귀한 경험이다. 어떤 시대 속에 들어가는 건 흥미로운 배역인 것 같다.”

1인2역만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욕심도 많다. “신인일 때도 그랬고 20대 중반 좋은 감독과 필모그래피 쌓을 때도 그랬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마흔이 넘어가든, 쉰 때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에는 하나의 작품만 제대로 남기면 진짜 성공했다 싶다.” 구체적인 소망은 이렇다. “평단과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1천만 관객 영화. 저 욕심 많아요. 그런 영화 들어오면 어떤 배역이든지, (두 손을 불끈 쥐고) ‘도전!’ 이러면서 열심히 하겠다.”

미래는 만들고 싶지만 딱히 바꾸고 싶은 과거는 없다. <시간이탈자>가 그에게 준 교훈이다. “과거를 바꾼다면 지금이 달라진다는 게, 철학적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주어진 대로 살아라, 하는. 종교가 있는 건 아닌데, 감사하고 살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구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