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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가 연극과 다른 다섯가지 이유

등록 2005-10-19 17:15수정 2005-10-24 18:28

팝콘&콜라
영화와 연극의 차이에 대해 생각한 계기는 단순했다. 연극을 맡다가 두달 전 영화담당 기자가 된 탓도 있겠지만, 최근 한 ‘영화 배우’를 만나면서 뚜렷해졌다.

<새드 무비>의 여진구(휘찬 역). 지난 11일 기자 시사회에 앞서 배우들 일제히 소감을 전한 날, 8살 진구는 그랬다. “감독님 덕분에 연기가 는 것 같고요, 앞으로 훌륭한 영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게 영화구나, 했다. 영화는 강하다. 동심도, 성욕도, 허기도 무장해제시킨다. 150:1이라는 오디션 경쟁률을 뚫은 진구의 연기는 좋았다. 제목만큼 ‘새드’하지는 않았던 <새드 무비> 안에서 주인공들은 주거니받거니 잘도 울었지만, 눈물 찔끔 감정이 이입된 오직 한 차례는 진구가 만들어줬다. 엄마의 병 때문에 비 맞으며 천둥처럼 통곡하던 진구.

오태석씨가 연극연출한 <물보라>(지난 6월)에서 어린이 역이 있을 때마다 나와 소꿉놀이하듯 연기하던 다른 어린이들을 보고 말간 웃음 나던 때가 살짝 겹쳤다.

장르별 구성요소를 따진다거나, “연극은 마치 수정으로 만든 샹들리에”라는 보들레르, “영화는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호소하는 음악”이라는 엘리 포르(프랑스 예술사가)의 비유 따위를 폼 나게 견줄 겨를도 없다. 우선 현상에 집착하는 질 낮은 ‘1인칭 기자적 시점’으로 연극과 영화의 차이가 눈에 들어섰다.

1. 배우가 약속에 늦으면, 열에 여덟은 영화 쪽이더라. 영화 시사회는 주로 배우들 때문에 늦어지고, 연극 공연은 종종 비 좁은 통로를 이용해 착석해야 하는 관객 때문에 늦어진다. 대략 <사랑니> 12분, <새드 무비> 15분, <야수와 미녀> 15분 등등.

2. 연극은 광고가 없다(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가 깜찍한 광고를 잠깐 하긴 한다). 영화는 꽤 된다. 별별 후속 개봉작으로 줄광고다. 채널권 박탈. 2007년 1월 영화까지 광고한다.

3. 영화 주인공이 날면 ‘와이어’ 덕이지만, 연극 주인공이 날면 그건 배우의 역량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6명의 배우가 14인 역을 소화하는 마술 같은 연극, <휴먼 코미디>에서 배우들은 2~3초 만에 ‘영화’처럼 변신을 마친다.


4. 2003년 6월까지 1년 동안, 영화는 한국인 10명 가운데 5.3명이, 연극은 1.1명이 봤다(문화관광부).

5. 종로의 그 많은 극장을 놔두고,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기자시사회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로를 벗어나 연극 불모지를 개척하겠다던 청담동 유시어터에 아직도 강남 관객은 왜 그리 드문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코엑스에 가려는 대부분의 기자들, 대학로 가려는 대부분의 강남 관객, 얼추 왕복 2시간을 길에 버린다.

그런데도 왜 영화가 좋냐고? 스크린 앞 관객은 평등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극장엔 공연예술의 객석처럼 로열, 일반석의 경계가 없고, 코 앞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하며 감정 표현을 아낄 필요도 없는 것. 한국 영화 천만명 시대, 60억 세계 인구의 2.5배 되는 수가 한 해 영화관을 찾는 시대에 대중은 영화로 숨 쉬고, 말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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