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티브 잡스’. 사진 유피아이(UPI)코리아 제공
대니 보일 감독 새영화 ‘스티브 잡스’
매킨토시·넥스트 큐브·아이맥
발표 직전 무대 아래 열정 그려
매킨토시·넥스트 큐브·아이맥
발표 직전 무대 아래 열정 그려
세상에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한 사람의 삶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도 우주만큼 넓은 세계가 있으니까.
영화 <스티브 잡스>(감독 대니 보일)는 ‘영리한’ 전략을 채택했다. 아이폰을 만든 사람의 일생을 세 개의 장면으로 갈무리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뿐 아니라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리는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영화는 이를테면 연극처럼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가 1984년 매킨토시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장면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수십분 앞둔 시점에, 컴퓨터 부팅 때 음성 ‘헬로우’(안녕)가 나오질 않는다. 당시로선 혁신적인 기술인데, 주위 모두가 이 부분만 빼고 가자고 한다. 그러나 잡스는 엄청난 독선과 추진력으로 이를 몰아붙인다. 영화 속 시간은 수십분에 불과하지만, 컴퓨터의 폐쇄형 시스템을 고집하고 무엇이든 완벽함을 추구하는 잡스의 스타일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2막은 1988년 ‘넥스트 큐브’ 프레젠테이션으로 뛴다. 그 사이 잡스는 독선적 태도와 매킨토시의 판매부진으로 애플사에서 쫓겨났다.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에서 큐브라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인데, 사실은 애플사에 복수할 의도가 깔려있다. 마지막 3막은 10년이 흐른 뒤로, 1998년 ‘아이맥’을 선보이는 자리다. 애플사로 복귀했고,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아이맥은 이미 최고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있다. 잡스의 스타일이 드디어 성공의 열매를 맺는 행복한 장면인 셈이다.
영화의 이런 전략은 양날의 검일 터이다. 실제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아니라 시작 수십분 전을 무대로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독과 배우들의 솜씨는 수준급이다. 컴퓨터의 역사를 포함해 ‘애플 스토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잡스가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라고 하는 장면은, 애플사 제품 가운데 실제 잡스가 만든 것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또 누군가 잡스한테 “너의 제품이 너의 인간됨보다 좋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은 잡스의 ‘나쁜 인간됨’을 잘 지적한다.
반면, 애플 스토리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빠른 전개와 압축적 설명, 많은 대사 등으로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유명한 맥킨토시의 티브이 광고, 빌 게이츠 이야기, 운영체제(OS) 문제 등이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보통 관객은 놓치기 쉽다. 그리고 잡스의 딸 이야기가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막바지에 딸을 위해 아이팟을 만들었다는 설정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일종의 ‘미국식 신파’로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잡스의 오피스 와이프인 ‘노안나 호프만’을 연기한 케인트 윈슬렛은 이 영화로 10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골든글러브의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은 각본상을 챙겼다. 21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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