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함세웅·명진·박재동씨 등
영화관람권 후원 100명 단체관람
영화관람권 후원 100명 단체관람
“바로 여러분 삶의 이야기를 영화로 꾸민 겁니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만 900만명 아닙니까? 이 영화를 보고 900만한테 호소를 하자고요. 우리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으니까, 우리가 보자고!”
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절반의 꾸짖음, 절반의 한탄이 섞인 말로 비정규직 실화 영화 <다트>의 후원을 독려했다. 이날 단체관람은 백 소장을 비롯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박재동 화백 등이 100여명의 영화관람권을 후원해 이뤄졌다. 서울 광화문에서, 을지로에서, 여의도에서 노숙농성 중인 씨앤앰,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엘지(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우르르 영화 떼관람에 나섰다. 짧게는 50여일, 길게는 130여일째 길에서 한뎃잠을 자온 이들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비세네)의 박점규 집행위원은 “영화 ‘다트’를 살리는 동시에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이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라고 전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함세웅 신부는 “곧 성탄절이다.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우리 시대의 억울한 이들에게 형제자매의 마음으로 다가가라고 하셨다. 오늘날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면 이 세상에서 누구를 가장 먼저 찾아갈까? 바로 앞에 계신 여러분들, 억울하게 고통받고 계신 여러분들”이라며, 오랜 노숙농성으로 마음까지 얼어붙었을 노동자들을 다독였다.
104분간의 상영이 끝난 뒤 극장 근처 카페에서 백 소장과 명진 스님, 노동자 10여명이 모여 소감도 나눴다. 맨먼저 입을 연 장연의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에스케이브로드밴드지부 연대팀장은 울먹이다가 채 말을 맺지 못했다. “만약에 노동조합 활동을 안하고 있었다면 어떤 감동으로 봤을까…보면서 눈물만 났습니다.” 삭발 투쟁으로 맨질맨질해진 머리를 주억거리며, 그는 주먹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옆에 있던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이 거들었다. “관객 130만이 손익분기점이라고 하는데 답답하다. (이 영화가 망하면) 이제 두 번 다시 저런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카트’는 2007~2008년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뉴코아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 사상 최초로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기도 하다. 개봉 첫날인 11월13일 전국 533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으나 최근 들어 상영 횟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카트’ 예매가 가능한 상영관은 롯데시네마 영등포, 메가박스 코엑스 등 2곳 뿐이다.
이날 단체관람에 동참한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현재까지 관객은 78만명인데 상영관 수가 많이 빠지고 있어 100만을 넘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글·사진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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