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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편의점 무대에서 만난 한국의 20대

등록 2014-06-19 19:12수정 2014-06-19 19:49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김경묵 감독 ‘…우리의 끝이다’
알바생 에피소드에 현실 녹여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요 며칠 새 편의점에 들렀을 확률 70%라고 감히 말하겠다. 우리 모두는 어느 편의점의 손님 내지는 ‘알바생’(단기 계약직 노동자)이(었)다. 간혹 점주도 있을 터다. 세계에서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 대한민국(2075명당 1곳, 2012년 기준)에서 편의점과 연을 맺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김경묵(29) 감독이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편의점이란 공간을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고 그 안에서 온갖 인간군상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6일 개봉)를 만들어냈다. 19살 나이에 선보인 첫 연출작 <나와 인형놀이>(2004)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후, 2011년 세번째 장편영화 <줄탁동시>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이보다 더 큰 충격을 가져온 감독은 없었다”(토니 레인스) 같은 평단의 극찬을 받은 그다.

김 감독의 네번째 장편영화 <…끝이다>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일색인 전작들과 달리 밝고 통통 튀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예고한 김 감독은 9명의 20대 배우들을 멀티 캐스팅했다. 젊은 배우들은 편의점 알바생을 연기하며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이끌어간다. 퀴어멜로부터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결의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절묘하게 맞물린다. 김 감독은 재기발랄한 웃음 속에 20대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사회상을 녹여낸다.

88만원 세대 얘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언뜻 알바생들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비치는 점주 ‘전두환’(김수현)도 뒤에서는 생활고와 빚에 쪼들리는 소시민일 따름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즈음 편의점 가맹점주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요 원인은 만성적자에 따른 생활고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5월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3곳 중 1곳이 적자 상태였고, 40% 가까이가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현실은 영화에도 반영됐다. 법원의 압류 딱지보다 가맹점 계약서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미래의 스타를 점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걸그룹 ‘헬로 비너스’의 멤버 유영, 예능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의 공명이 등장한다. 이들 외에 독립영화나 연극, 광고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주승, 안재민, 정혜인, 신재하, 김희연과 <줄탁동시>에서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바울, 김새벽 등이 성소수자, 배우 지망생,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인 지망생, 탈북자 등을 연기하며 9인 9색의 매력을 펼쳐놓는다.

젊은 감독과 젊은 배우들이 젊은 세대 얘기를 풀어가는 ‘젊은’ 영화이지만, 정작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 “비속어와 욕설이 많고 모방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영화를 보면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영화가 젊은 세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청소년들이 봐주기를 바랐는데 볼 수 없게 돼 아쉽다”며 “영등위의 결정은 청소년을 미개인 취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KT&G상상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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