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의 레드·옐로우를 탄생시킨 주인공들. 왼쪽부터 ‘투바 엔터테인먼트’의 맹주공 감독, 장문석 피디, 황원철 피디, 방금영 제작실장.
국산 애니 ‘라바’ 만든 맹주공 감독
달팽이 ‘레인보우’가 화장실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레드’와 ‘옐로우’가 새치기를 하려는 찰나, 화가 난 레인보우는 껍질을 벗고 ‘몸짱’으로 변신한다. 연약한 달팽이가 사실은 울룩불룩 근육맨이라는 극한 반전. 이것이 <라바>만이 가진 무한 상상력이다.
하수구 속 두 애벌레의 좌충우돌
튀는 캐릭터에 ‘무조건 웃음’ 원칙
전파탄지 2년만에 ‘핫아이콘’으로
“가족 함께 볼 수 있어 제일 뿌듯” <라바>는 2011년 <한국방송>(KBS)을 통해 첫 전파를 탄 100%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40개국에 방영권을 판매했고, 14개국에서는 캐릭터 사업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캐릭터 상품만 700종이 넘는 ‘핫 아이콘’이다. 지난달에는 <라바 시즌 2>가 중국 상하이 티브이 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라바>를 탄생시킨 맹주공 감독을 최근 서울 논현동 ‘투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나 애벌레 두 마리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라바>의 주인공은 대사 없이 몸 개그를 펼치는 레드와 옐로우, 두 애벌레다. 원래 바이올렛(정체불명 거대 벌레)까지 트로이카 체제로 가려다가 ‘덤 앤 더머’처럼 짝꿍을 만들었다. 늘 투닥투닥 싸우는 모습에 얼핏 ‘톰과 제리’가 연상되지만, ‘버럭’ 레드와 ‘순딩이’ 옐로우는 앙숙이 아니라 친구면서 가족 같은 관계다. 빨강·노랑 색깔만큼이나 성격 차이는 분명하다. 몸집이 작은 레드는 까칠하고 심술이 많은 데 반해 덩치가 큰 옐로우는 착하고 정이 많다. 시즌 1의 배경은 먹을 게 없는 하수구여서 둘 다 음식에 똑같이 집착한다. 맹주공 감독은 “‘애벌레가 영어로 뭐지’ 하고 생각하다가 (애벌레라는 뜻의 라바가) 발음도 쉽고, 어감도 좋아서 그냥 ‘라바’로 갔다”고 했다. 레드·옐로우 모습은 지렁이·배추벌레 등의 초기 모델에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손발이 없어서 입과 혀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말은 전혀 하지 못한다. “언어를 내뱉다 보면 감성적으로 안 맞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틀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말은 계속 못할 것이라고 한다. 레드·옐로우 외에 레인보우, 바이올렛, 브라운(쇠똥구리), 블랙(장수풍뎅이), 블루(똥파리) 등 주요 캐릭터 모두 색깔 이름을 갖고 있다. 시즌 2에 등장한 ‘프러시안’(앵무새)과 ‘마룬’(애완견)도 색깔에서 따왔다. 서양화를 전공한 맹 감독의 내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맹 감독은 “레드·옐로우 색깔이 강렬해서 어디서든 튀는 장점은 있다”며 웃었다. <라바>의 가장 큰 묘미는 90초(시즌 1), 2분30초(시즌 2) 등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는 반전 코드다. 꼬질꼬질 더러운 브라운이 사실 표면이 금빛인 골드브라운이었다던가, 힘자랑을 일삼던 블랙은 사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홀쭉한 곤충이었다는 게 ‘뜬금없이’ 드러난다. “개연성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웃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다. 결말이 뻔하면 안 되니까 ‘어떻게 하면 놀라게 할까’ 계속 고민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라바의 에피소드들은 스토리보드 담당 3~4명의 머릿속에서 나오는데, 맹 감독은 “창작의 고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라바>는 본디 10대 이상을 타깃층으로 삼았다. 하지만 시험용 에피소드를 본 맹 감독의 어린아이들이 “재미있다”며 몇 번이고 돌려 보는 것을 보고 전 연령대로 대상층을 확대했다. 몸을 쓰는 슬랩스틱 코미디지만 아이들도 좋아하다 보니 너무 잔인한 장면은 빼고, 담배꽁초나 칼·술·피 같은 것도 등장시키지 않는다. 맹 감독은 “지방 어느 식당에서 가게 주인께 사인을 해드렸는데, 어린 아들과 함께 아주 좋아했다. 자폐 등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레드·옐로우를 보고 즐거워한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제일 뿌듯하다”고 했다. 현재 시즌 2가 방영중인 <라바>는 내년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인다. 영화에서는 그동안 궁금했던 레드·옐로우의 나이와 함께 탄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시즌 1처럼 90초 꽁트(104편)로 돌아가는 시즌 3(2014년 말 방송 예정) 때는 하수구(시즌 1), 집(시즌 2)에 이어 대도시로 간 애벌레들의 고생담이 펼쳐진다. 맹 감독은 “레드와 옐로우가 찌질하고 불쌍해져야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시즌 3는 대도시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자판기·공중전화 등 이야기 소재들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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