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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사람] “일본 우익화 막으려면 ‘동학’부터 알려야 합니다”

등록 2013-07-29 19:27수정 2013-07-31 17:42

마에다 겐지(78) 감독
마에다 겐지(78) 감독
‘동학농민혁명’ 다큐 제작 나선 마에다 겐지 감독

25년간 일본 뿌리찾아 한국사 탐구
“강한 한반도라야 동아시아 평화”
제작비는 두 나라 후원·성금으로
“일본이 왜 조선에 군대를 보내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일으키고, 조선을 식민지화해 병탄했는지 지난 20여 년간 생각해 왔는데, 그 근본원인이 동학 농민혁명을 궤멸시키고 7만, 30만, 40만일지도 모를 수많은 조선 농민들을 살륙한 데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가 거기서 비롯됐습니다. 지금 아베 등 일본 우익이 또 다시 그 길을 가려하고 있어요.”

자신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영화 <동학 농민혁명> 제작 발표회를 위해 방한한 일본 마에다 겐지(78) 감독이 지난 26일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마에다 감독은 뒤이어 자신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또 하나, 중국이 지금 엄청난 기세로 경제발전을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내부 모순도 심각합니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 영토문제를 안고 있는 일·중 두 나라가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다시 전쟁을 벌이게 될지 모릅니다. 남북 조선이 통일해서 강한 나라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강한 한반도가 중심을 잡아야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동학과 동학 농민군 학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역사인식에 큰 구멍이 나 있는 일본의 바람직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 그리고 일본이 과거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동학 농민혁명>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에다 감독은 23일 서울에서 한승헌 변호사 등 한국쪽 발기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학 농민혁명>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일제의 한국 병탄의 뿌리가 된 동학 농민혁명은 무엇이었고, 일본은 어떻게 그것을 궤멸시켰는지, 그리고 그 뒤 어떻게 한국을 병탄했는지 알기 쉽게 영상화해서, 동북아시아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학 농민혁명의 진실과 깊은 의미를 전하고 싶다. 그 바탕 위에 일본과 일본인이 반성해야 할 것, 정치·문화적 과제 등을 살핀 뒤 100년 뒤를 위해 물려주고 싶다.”

마에다 감독이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고 급기야 한국의 문화와 역사 탐구에 자신의 50대 이후 삶을 바치다시피 한 것은 250편에 달하는 일본 전국의 마쓰리(전통축제) 영상을 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그 작업을 통해 일본 전국 신사나 마쓰리들이 섬기는 신들이 거의 모두 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만든 다큐멘터리가 <신들의 이력서>(1988년)다. 그리고 일제 때의 조선인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의 한을 담은 <백만인의 신세타령>(2000년), 임진왜란 때 조선사람 귀와 코를 베어 가 만든 귀무덤(미미즈카)의 잔혹성을 추적한 <월하의 침략자>(2009년) 등의 장편기록영화들을 잇따라 만들었다.

이를 위해 1986년부터 20여 년간 100차례 이상 한국을 드나들었다. 마에다 감독이 운영하는 비영리법인(NPO) ‘하늘하우스’(메일 hanulhouse5996@gmail.com) 명의로 제작되는 <동학 농민혁명>의 한국인 발기자 명단에는 한 변호사 외에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 서창훈 우석대 이사장,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이이화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최상룡 전 주일 한국대사 등 13명이 들어 있다. 일본쪽 발기자로는 <동학 농민전쟁과 일본>을 쓴 이노우에 가쓰오 홋카이도대 명예교수와 나카쓰카 아키라 나라여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자신의 조상이 백제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아키히토 천황에게 그 사실을 공표해도 좋다고 조언한 우에다 마사아키 교토대 명예교수, 강재언 전 하나조노대 객원교수, 조경달 지바대 교수 등 12명이 참여했다.

마에다 감독은 지금까지 한창우씨 등 재일동포 재력가들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4500만엔이 들어간 <월하의 침략자> 제작만으로도 1천만엔 이상의 빚을 졌다”고 했다. 그 자신은 물론 전혀 감독·연출료를 받지 않았다. “모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려 하는데, 잘 안 돼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동학혁명이 도대체 뭔지, 그 의미가 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8월부터 일본 전국의 방위성 도서관 등에 소장된 동학 관련자료들을 조사·촬영하고 9월부터 한국 로케에 들어가 내년 11월쯤 작품을 완성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북한도 방문할 예정이다.

모금은 三菱東京 UFJ銀行 江古田支店 店番 190 エコダ 普1275673 NPO HANUL HOUSE 前田憲二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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