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연애’로 돌아온 손예진
호러-로맨스-코미디 줄타기
연민의 캐릭터로 이끌어내
신인감독 시나리오 믿고 출연
호러-로맨스-코미디 줄타기
연민의 캐릭터로 이끌어내
신인감독 시나리오 믿고 출연
“가위에 눌릴 때나 호러영화를 볼 때의 공포, 머리 감을 때 느껴지는 오싹함, 자기 전에 갑자기 드는 무서운 기분 같은 걸 극대화하려고 했어요.” 오해하지 말자. 호러 아닌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말해준, 연기 비법이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이따금씩 원혼이 불쑥 나타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독특한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귀신과 함께 사는 주인공 ‘강여리’를 연기하며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싹한 연애>에서 강여리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귀신이 주변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봐 가족과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마술사 마조구(이민기)를 만나면서 그와 알콩달콩한 연애 감정을 나눈다. 1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하면서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비극과 희극을 오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 온 손예진도 호러는 처음이다. 게다가 로맨스와 코미디가 결합돼 처음엔 “다양한 장르가 영화에 잘 녹아들지, 내가 캐릭터와 어울릴지” 걱정도 당연히 했다.
“공포는 공포대로 표현하면서, 로맨틱코미디의 사랑스러움을 유지해야 했어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여리에게 무엇을 발견할까’를 고민했을 때 답은, 연민이었어요. 무섭고 힘든데도 꿋꿋이 살아가려고 하고, 술을 마시면 참아놨던 게 귀엽게 드러나는 모습에서요.”
캐릭터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계산 덕에 ‘귀신 보는 여자’라는, 그가 연기한 인물 가운데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손예진은 유독 신진 감독들과 영화를 많이 찍었다. <취화선>(2002)의 임권택 감독이나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 <외출>(2005)의 허진호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그와 함께한 감독들은 대부분 장편영화 연출 경력이 길지 않았다. 이번 영화 역시 <시실리2㎞>(2004) 등의 각본을 쓴 황인호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신인감독님이랑 참 많이 해서,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었죠. <오싹한 연애>가 들어오기 직전에는, 베테랑 감독님이랑 함께하고 싶은 갈증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이기도 했고요. <오싹한 연애>도 신인감독님이라고 해서 처음엔 고민을 했어요.”
그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라면 <오싹한 연애>를 안 했을 것”이라며, “재밌는 이야기를 직접 쓰셨기 때문에 작품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차갑다, 못됐다는 소문에
주변서 ‘인간극장’ 나가 풀라고…
난 속에 쌓인 것 연기로 풀어 스스로는 “데뷔하고 드라마 <여름향기>를 할 때까진 너무 정신이 없었고 연기가 힘들었다. 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보다 훨씬 못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손예진은 젊은 배우에게 한번씩 붙는 ‘연기력 논란’이나 ‘성형 의혹’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거의 없다. 대신 ‘차갑다. 못됐다’는 소문이 따라다녔다. “하도 손예진이 어떻다, 안 좋게 말을 하니까 친한 언니가 한번은 <인간극장>에 나가보라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데서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는 것도 결국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내가 ‘누군가’로 보여지는 순간 선입견이 생길 수 있어요. 저는 배우가 개인의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게 좋은 것 같진 않아요.” 그는 ‘배우로 사는 일’이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지나가면 ‘아 손예진이다. 어떻다’ 이야기들을 하시잖아요. 근데 그게, 유리벽이 있어서 우리가 그런 말을 못 들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게 정답인 것 같고,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숙명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숙명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힘든 일을 겪는 동료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력 위조 논란에 끈질기게 시달린 가수 타블로 이야기를 꺼냈다. “타블로씨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그분이 아무리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잖아요. 악의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믿는 사람들이나 어이가 없었는데…. ‘당사자인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내가 저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죠. 내가 ‘나는 손예진이에요’라고 해도, ‘너는 손예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유명인이기에 겪어야 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아픈 거죠.” 웃음소리도 크고 흥분하면 말도 빨라지는 ‘인간적’인 그이지만, “남들 앞에서 우는 게 정말 싫고, 힘들어도 혼자 생각하고 별로 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게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단다. “저도 어떤 사람한테서 ‘틈’을 봤을 때 편안해지고, 좋은 사람이란 인상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고민도 했는데, 역시나 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요. 저는 속에 쌓아 둔 걸 연기로 푸는 것 같아요.” <오싹한 연애>에 이어 내년 여름 개봉하는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까지,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풀어내는 중이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주변서 ‘인간극장’ 나가 풀라고…
난 속에 쌓인 것 연기로 풀어 스스로는 “데뷔하고 드라마 <여름향기>를 할 때까진 너무 정신이 없었고 연기가 힘들었다. 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보다 훨씬 못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손예진은 젊은 배우에게 한번씩 붙는 ‘연기력 논란’이나 ‘성형 의혹’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거의 없다. 대신 ‘차갑다. 못됐다’는 소문이 따라다녔다. “하도 손예진이 어떻다, 안 좋게 말을 하니까 친한 언니가 한번은 <인간극장>에 나가보라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데서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는 것도 결국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내가 ‘누군가’로 보여지는 순간 선입견이 생길 수 있어요. 저는 배우가 개인의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게 좋은 것 같진 않아요.” 그는 ‘배우로 사는 일’이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지나가면 ‘아 손예진이다. 어떻다’ 이야기들을 하시잖아요. 근데 그게, 유리벽이 있어서 우리가 그런 말을 못 들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게 정답인 것 같고,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숙명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숙명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힘든 일을 겪는 동료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력 위조 논란에 끈질기게 시달린 가수 타블로 이야기를 꺼냈다. “타블로씨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그분이 아무리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잖아요. 악의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믿는 사람들이나 어이가 없었는데…. ‘당사자인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내가 저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죠. 내가 ‘나는 손예진이에요’라고 해도, ‘너는 손예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유명인이기에 겪어야 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아픈 거죠.” 웃음소리도 크고 흥분하면 말도 빨라지는 ‘인간적’인 그이지만, “남들 앞에서 우는 게 정말 싫고, 힘들어도 혼자 생각하고 별로 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게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단다. “저도 어떤 사람한테서 ‘틈’을 봤을 때 편안해지고, 좋은 사람이란 인상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고민도 했는데, 역시나 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요. 저는 속에 쌓아 둔 걸 연기로 푸는 것 같아요.” <오싹한 연애>에 이어 내년 여름 개봉하는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까지,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풀어내는 중이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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