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
영화 ‘위험한 상견례’ 배우 박철민
팔자다. 헛바람이 든 표정, 느직한 몸짓에 능청스런 전라도 사투리. 배우 박철민(44·사진)은 세 사람이 모이면 그런 사람 하나 있을 법한 인물 연기에 타고났다. 1993년 단역으로 영화판에 입문한 그는 18년이 지난 지금 목·금·토요일에 몰아서 세 작품을 찍어야 할 정도로 바빠졌다. 전라도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연극동아리에서 놀았다. 졸업 뒤엔 노동극단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영화 데뷔작 <목포는 항구다>(2004)에서 희한한 깡패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그 뒤 <불멸의 이순신>(2005) <스카우트>(2007) <화려한 휴가>(2007) <베토벤 바이러스>(2008)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에 출연하면서 지금 가장 돋보이는 조연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개봉을 앞둔 신작 <위험한 상견례>에선 광주 카바레 상무로 나온다. 18일 만난 그는 “지금이 전성기이고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스케줄을 관리해야 할 정도라던데?
“그 정도는 아니다. 두세 작품을 한꺼번에 하니 남보기에 미쳐 날뛰는구나 싶지만 월화수는 논다. 지금 야구를 소재로 한 <투혼>, 로맨틱 공포코미디 <오싹한 연애>를 찍고 있고 다음달엔 남북한 단일 탁구팀 이야기인 <코리아>를 시작한다. 이런 관심과 박수가 계속되면 좋지만 총 들고 지킬 수도 없고….”
-제작자들이 즐겨찾는 이유는 뭔가?
“깊고 넓고 완벽해서 찾는 게 아님을 잘 안다. 발성, 연기, 표정 등이 모자라거나 과장되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 사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세 사람이 모이면 과장하고 헛소리하고 엇박자로 노는 사람이 한사람쯤 낀다. 내겐 웃음이나 여백이 필요할 때 급박하게 만드는 계단이 되는 역할이 맞는다.”
-본인이 실제 그런가?
“허점투성이다. 뭘 해도 딱 부러지게 하지 못한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김명민처럼 연기 천재의 몫이다. 나는 그처럼 파고들어 누구나 기겁하는 연기는 영원히 못할 거다. 부럽다.”
-사투리 연기가 감칠맛이 난다.
“어린 시절이 결국 현재의 연기 공부였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세 번 읽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다음에는 하대치, 염상구, 소화가 그리워서. 세번째는 맛있는 사투리를 내 것으로 보관해야겠다 싶어 노트에 적으며 읽었다. 감칠맛은 은유, 직유 등 비유법이나 억양에서 온다. 오메! 감탄사 한마디도 억양을 달리해 그리움, 기쁨, 놀라움 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투리는 애드리브가 중요한 것 같다. “영화는 작가, 연출, 배우 등 세 단계에서 창작이 이뤄지는 종합예술이다. 사투리는 배우의 해석과 애드리브가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가장 맛있는 언어를 선택해야 하니 배우도 공부해야 한다. 영화를 찍을 때는 큰 욕심 없이 내가 아는 구수한 사투리의 맛을 잃어버리기 전에 저금한다는 심정으로 임한다. 나는 ‘애드리브도 잘하는 배우’이고 싶다. 애드리브가 연기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애드리브도 즉발성 반, 대본연구가 반이다. 대본이 주연 중심으로 가다보니 조연은 신이 짧고 세세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기다리는 동안 고민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빛날 수도 있다.” -까불고 ‘오버’하는 조연으로 굳어졌다. “불만은 없다. 안타까워하기 전에 이거라도 잘하자는 주의다. 굳어진다는 것은 이 분야 하면 박철민 하고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하는 사람 흔찮다. 나는 개런티 때문에 출연을 거절한 적이 없다. 적으면 어떤가? 신나는데. 불러주는 데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나는 쉴 때가 가장 피곤하다. 주연 한두 번 해봤는데 부담스럽더라. 톱은 어느 분야든 천재가 하는 것 같다. 나는 뭐랄까. 짧고 작게 할 때가 신나고 편안하고 빛과 향기가 산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원전 사무라이’ 대부분은 단순 노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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