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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데뷔 20년…버티다 보니 주연 맡는 날도 오네요”

등록 2009-06-03 21:25수정 2009-06-03 21:28

영화 ‘물 좀 주소’ 배우 이두일
영화 ‘물 좀 주소’ 배우 이두일
영화 ‘물 좀 주소’ 배우 이두일
지난달 27일 영화 <물 좀 주소>(감독 홍현기·4일 개봉) 언론 시사회에서 배우 이두일은 뜻밖의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의 여섯살배기 딸이 장편 영화 첫 주연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넨 것이다. 1일 만난 이두일은 “아이가 꽃다발을 준비한 줄 몰랐다”며 “정말로 깜짝 놀랐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연기 경력 20여년 만의 첫 주연작이기에 남다른 감회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미덕이 많은 영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만 했다.

이두일은 <물 좀 주소>에서 모질지 못하고 정에 약한 채권추심원 구창식을 연기했다. 실적을 못 올려 석 달 연속 지점 꼴찌를 도맡아 하면서, 자신 또한 끌어다 쓴 사채로 독촉을 받는 처지다. 영화는 빚을 진 이들과 빚을 받아내야 할 이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도 ‘사람’과 희망이 있음을 나직한 목소리로 설파한다.



정에 약한 채권추심원 구창식 열연…“이번에도 착한 역”
“딸이 꽃다발 줘…힘든 세상 살아내다 보면 좋은 날 올 것”

돌이켜보면, 이두일은 대부분 여리고 착한 배역만 맡아왔다. 얼굴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두일 역도 그랬다. “연극에서는 고문하는 수사관이나 사기꾼 역도 가끔 했어요. 악역이 훨씬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텔레비전에선 아무래도 한 번 각인된 이미지를 뒤집는 배역은 잘 안 들어오더군요. 이번 영화 역시 착한 역이었고요. 그래도 이 역할은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게 받아들였죠.”

그러고 보니, 텔레비전이나 극장에서 만나는 이두일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의 연기 경력 대부분은 연극 무대에 기댄다. 대학 시절 연극반을 거쳐 1987년 극단 ‘연우무대’ 단원으로 첫 무대에 올랐다. “그땐 연기도 하고 스태프도 하고 포스터도 붙이고 닥치는 대로 했어요. 언젠가 밤새 포스터를 붙이고 아침에 설렁탕 먹으며 ‘끝까지 살아남아 원로 대접 한번 받아보자’고 다짐한 적도 있었죠.”


밑바닥 연기자는 배고팠다. 출연료는 못 받을지언정 포스터를 붙이면 밥값은 꼭 받았는데, 인절미 1000원어치로 끼니를 때우고 나머지를 악착같이 모아 술을 마셨다. 1993년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에 처음 출연한 이후 텔레비전에도 간간이 얼굴을 비쳤다. 결혼을 하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집을 간신히 얻었는데, 얼마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졌다. 곧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시대상을 반영한 탓인지 실직하고 처가살이 하는 배역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렇게 드라마 세 편을 하고 집을 샀다. “남들은 엄청 힘들 때 저는 오히려 덕을 봤으니,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요, 참….”

세상은 다시금 팍팍해졌다. 그는 <물 좀 주소>를 통해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살아내야 할 몫이 있잖아요. 그 안에서 희망이든 작은 행복이든 찾아내야 하는 거잖아요. 이 영화 제목이 애초에는 <버텨라, 구창식>이었거든요. 다들 잘 버텼으면 좋겠어요. 버티다 보면, 제가 주연을 맡는 날이 온 것처럼 언젠가 좋은 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

이두일은 요즘 뮤지컬 <더 팬츠>에서 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다. 목욕탕 손님에게 돈을 빌린 때밀이 역이다. “이러다 채무자 전문 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하하. 아무튼 저도 연기자로서 원로 대접 받을 때까지 잘 버틸 겁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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