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미국판 ‘살인의 추억’
주인공·감독도 닮은꼴
주인공·감독도 닮은꼴
새 영화 <조디악>을 재미있게 보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과 비교해보면 재미가 더 커진다. 미해결 사건을 소재로 했고, 연쇄살인범을 쫓는 콤비가 주인공이란 점에서 두 영화는 무척 닮았다.
조디악 대 화성연쇄살인범 자랑스럽게 살인 단서를 흘리며, 범행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고 범행이 잔인한 지능범이란 점이 같다. 1968년부터 70년대 초까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37명을 살해한 조디악은 신문사에 살인행각을 밝히는 편지를 보낸다. 86년부터 91년까지 여성 10명을 살해한 화성 연쇄살인범은 현장에 체액이나 담배꽁초 등을 남겼다. 조디악은 살해 대상을 가리지 않은 반면 화성 연쇄살인은 피해자가 모두 여자란 점이 차이다.
제이크 질렌할·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대 송강호 <조디악>에서 범인을 쫓는 두 기자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와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살인의 추억>의 형사 박두만(송강호)처럼 과학적인 수사보다는 직관을 따르는 스타일이다. 범행이 계속될수록 이들의 집착도 강해진다. 실존인물인 그레이스미스는 이 사건을 책으로 펴내 영화 <조디악>의 모티브가 됐다.
마크 러팔로 대 김상경 역시 실존 인물인 수사관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살인의 추억> 속 서태윤(김상경)은 과학수사의 신봉자란 점에서 빼닮았다.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다가 사건이 미궁에 빠져가면서 혼란과 좌절을 겪는 점도 같다.
데이빗 핀처 대 봉준호 조디악 사건 당시 7살이던 핀처 감독은 이 잡히지 않는 괴물에 사로잡혔고, 이런 경험이 그가 연쇄살인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핀처는 <조디악>을 찍으려고 1만장이 넘는 서류와 자료를 조사했다. 봉 감독 역시 도서관에 틀어박혀 자료를 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욕심은 핀처가 더 지나쳤던 것 같다. <조디악>은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40분이어서 흥미진진한 전반부에 견줘 후반부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15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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