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애국심 열풍” “비주류 반란”
댓글 공격 등 논쟁 과열도
댓글 공격 등 논쟁 과열도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가 영화계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1일 개봉한 <디-워>는 개봉 첫주에 295만명을 동원해 역대 국내 개봉 첫주 기록이던 <캐리비안의 해적 3>의 271만명을 제쳤다.
<디-워>는 골수 팬들의 적극적인 인기몰이에 힘입어 인터넷 공간을 주도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디-워> 팬카페는 개봉 이후 하루 수천명씩 회원이 늘고 있고, 각종 기사와 의견글에는 팬들의 적극적인 옹호 댓글이 비판글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 못잖게 심형래 감독 개인에 대한 대중의 동정과 지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디-워>의 지지자들은 심 감독이 그동안 충무로에서 배척받아 왔다고 보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심 감독은 개봉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심형래가 만들었다고 하면 40%는 낮춰 잡는다”며 개그맨에서 감독이 되기까지 당한 설움을 토로했다. 영화 <디-워>를 지지하는 동아리인 ‘디워서포터즈’의 한 회원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았던 감독이어서 더 열광한다”며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데 자신을 동화시키며 좋아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뒤처졌다고 여겼던 한국 영화 기술이 <디-워> 덕분에 세계 최강인 할리우드에 맞먹게 되었다는 ‘자부심’도 작용하고 있다. <디-워> 상영관에서는 영화 마지막에 음악 ‘아리랑’과 함께 심 감독이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이 흐를 때 박수가 터져나온다. 디워서포터즈 운영진 김민희(29)씨는 “한국 영화로서는 유례없이 미국에서 대규모 개봉하는 <디-워>가 잘돼 해외 시장에서 인프라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도 강하다”고 팬들의 ‘애국주의적’ 정서를 전했다.
한편, 영화팬들이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만과 불신을 <디-워>를 통해 드러내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충무로가 엇비슷한 영화들을 우려먹기 식으로 내놓으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 등 아쉬울 때만 팬들에게 한국 영화를 사랑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 팬은 “충무로가 뻔한 영화들로 안주할 때 심 감독이 개척자 정신으로 에스에프영화에 도전해 미국 시장을 뚫는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가 <디-워>가 주는 감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주류인 충무로와 비주류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데, 한국 영화계에 대한 반감이 총체적으로 <디-워>를 통해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디-워>의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김태성 홍보부장은 “평론가나 기자들은 줄거리,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조각내 보는 데 반해 관객들은 영화가 ‘좋다-나쁘다’ 또는 ‘볼만하다-아니다’로 평가한다”며 “<디-워>가 개봉 전부터 화제였고, 볼만하니까 흥행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소민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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