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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무간도’의 그들, 분노의 거리로 귀환

등록 2007-05-17 21:26

상성 : 상처받은 도시
상성 : 상처받은 도시
상성 : 상처받은 도시
류웨이창·마이자오후이 감독 콤비
사랑하는 사람 잃은 내면고통
섬세하게 세련된 영상에 담아

2002년 〈무간도〉로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린 류웨이창과 마이자오후이 감독의 신작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무간도〉와 여러모로 닮았다. 실제 두 감독은 〈상성〉이 〈무간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무간도〉에서 홍콩이 ‘혼돈의 도시’였다면 〈상성〉 속 홍콩은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상처받은 도시’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유정희(량차오웨이)와 아방(진청우)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절망하고 방황하는 나약한 인간들이다.

유정희와 아방은 강력반 반장과 형사 파트너이면서 직장 동료 이상의 끈끈한 사이다. 2003년 크리스마스 날, 성범죄자를 검거한 뒤 집으로 돌아간 아방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죄책감으로 자살한 여자친구의 주검과 맞닥뜨린다. 충격에 빠진 아방은 경찰을 그만두고 술에 빠지기 시작한다.

3년 뒤. 유정희는 종군기자 숙진(쉬징레이)과 결혼해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아방은 술독에 빠진 채 사립탐정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산다. 어느날 숙진의 아버지가 잔혹하게 살해되고, 경찰은 돈을 노린 강도들의 소행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숙진은 아방에게 이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한다. 아방은 조사를 진행할수록 사건 속에 뜻밖의 진실이 숨어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숙진은 누군가의 미행과 감시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무간도〉가 신분이 뒤바뀐 형사와 조직폭력배가 빚어내는 정체성의 ‘혼돈’을 그렸다면, 〈상성〉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주인공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그려내는 음모와 배신 따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을 공개하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와 ‘그것을 파헤치려는 자’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이다. “범인이 누구야?”보다는 “저 사람이 왜?”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그려내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반전이 흥미롭다.

한 남자의 복수를 다룬 진부한 소재와 전형적인 반전, 밋밋한 결말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량차오웨이는 깊어진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걸음걸이만으로 분노에 가득찬 유정희의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잘 끄집어냈다. 항상 연기력보다는 용모로 주목받았던 진청우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방을 통해 연기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밝은 인물로 나와 여자친구의 자살로 방황하는 아방을 끌어안는 펑(수치)은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류웨이창과 마이자오후이 콤비가 만들어낸 몽환적이고 세련된 영상미는 〈상성〉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야간 항공촬영을 금지하는 홍콩에서 처음으로 허락을 받아 헬리콥터로 찍은 야경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무간도〉는 할리우드에서 〈디파티드〉로 리메이크돼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감독상을 받았다. 〈상성〉 역시 〈디파티드〉 제작팀이 뭉쳐 할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한다. <디파티드>에서 열연을 펼쳤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유정희 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31일 개봉. 18살 이상 관람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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