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나 원래 멋부리는 거 좋아해. 영화 속 의상과 액세사리 70%가 내꺼거든. 지금까지 기껏해야 ‘몸빼’였잖아?
10일 개봉하는 〈못 말리는 결혼〉에서 김수미(56)는 여전히 욕을 한다. 그가 연기하는 강남 졸부 ‘심말년’은 말끝마다 ‘쉿(shit·제기랄)’ ‘셧업(shut up·입닥쳐)’ 같은 상소리 영어를 달고 산다. 못 배운 탓에 건배할 때는 ‘치어스(Cheers)’ 대신 ‘찰스’를 외치고, 흥분하면 ‘썩을년’이 버릇처럼 튀어나온다.
이쯤이면 〈오 해피데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정작 그는 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럭셔리한 역을 해보고 싶어서. 나 원래 멋부리는 것 좋아해. 영화 속 의상과 액세서리 70%가 내 거거든. 기껏해야 지금까지 몸뻬였잖아?”
심말년은 남편과 사별한 뒤 남의 집살이, 좌판 노점 등을 하며 두 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낸 억척 엄마다. 의사 아들 기백(하석진)이 별 볼일 없는 풍수지리가 박지만(임채무)의 외동딸 은호(유진)와 결혼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그런데 지만 역시 사윗감을 탐탁지 않아한다. 그래서 둘은 자녀들의 결혼을 반대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이 뻔한 이야기 영화에서 김수미는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한다. 말년은 틈나는 대로 돈과 학식을 과시하려 하지만 흉해 보이거나 상스럽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웃음코드가 된다. “거의 다 애드리브야. 어렸을 때 엄마가 ‘옘병, 지랄하네. 에이 썩을년’이란 말을 자주 했어. 미워서가 아니라 애정표현이었지. 내 딸도 이 정도는 욕이라고 생각 안 해. 싫은 사람한테는 절대 안 하니까.”
영화속 ‘썩을 년’ ‘셧업’ 같은말 다 애드리브야. 어렸을 때 엄마가 ‘지랄하네. 에이 썩을년’이란 말을 자주 했어. 애정표현이었지.
팔팔하던 시절을 〈전원일기〉에서 실제 나이보다 몇십년 더 나이든 일용엄니 역으로 22년 세월을 보낸 데 대한 보상일까. 그는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이 모두 사라질 50대 후반에 더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일용엄니가 그에게 기회만 준 것은 아니었다. 다른 배역을 맡아도 새 역을 가려버린 것이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좁아져 고민할 때 탈출구가 되어준 것은 연기가 아니라 글쓰기였다.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 등 소설·수필·요리책을 여러 권 펴냈다. 그리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여전히 글을 쓴다. “일반적인 멜로가 아니라 이렇게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의아한 사랑을 다룬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르면 올해 안으로 출간될 것이라고 한다. “글이란 게 참 이상해. 편안하고 행복할 때보다 힘들 때 더 잘 써지거든. 내 경우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오는 날. 특히 ‘그분’이 오시면 화장실도 안 가고 몇 시간씩 책상머리를 지켜.”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아직도 사람들에겐 그가 겪었던 불행한 사고들, 그리고 ‘빙의’도 경험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어려움을 그가 극복하고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것은 김수미란 사람이 화면 속 모습처럼 ‘강한 여자’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긴다. “화면 속하고 나는 180도 달라. 조용하고 천생 여자야. 집에서 마루 닦고, 음식 하고, 음악 듣고….” 영화계 대표 배우로 우뚝 선 그는 이제 새로운 연기변신을 꿈꾼다.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하고 싶은 연기도 사랑 연기다. “이제 좀 쉬면서 지금의 코믹 이미지가 잊혀질 때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우리나라는 영화고 드라마고 다 젊은 사람들 위주고, 내 정도 나이엔 무조건 엄마, 할머니지.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지금 해도 되겠더라고.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영화사 하늘 제공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아직도 사람들에겐 그가 겪었던 불행한 사고들, 그리고 ‘빙의’도 경험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어려움을 그가 극복하고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것은 김수미란 사람이 화면 속 모습처럼 ‘강한 여자’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긴다. “화면 속하고 나는 180도 달라. 조용하고 천생 여자야. 집에서 마루 닦고, 음식 하고, 음악 듣고….” 영화계 대표 배우로 우뚝 선 그는 이제 새로운 연기변신을 꿈꾼다.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하고 싶은 연기도 사랑 연기다. “이제 좀 쉬면서 지금의 코믹 이미지가 잊혀질 때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우리나라는 영화고 드라마고 다 젊은 사람들 위주고, 내 정도 나이엔 무조건 엄마, 할머니지.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지금 해도 되겠더라고.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영화사 하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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