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바로 이런 ‘럭셔리’한 역할 하고 싶었어

등록 2007-05-07 18:49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나 원래 멋부리는 거 좋아해. 영화 속 의상과 액세사리 70%가 내꺼거든. 지금까지 기껏해야 ‘몸빼’였잖아?

10일 개봉하는 〈못 말리는 결혼〉에서 김수미(56)는 여전히 욕을 한다. 그가 연기하는 강남 졸부 ‘심말년’은 말끝마다 ‘쉿(shit·제기랄)’ ‘셧업(shut up·입닥쳐)’ 같은 상소리 영어를 달고 산다. 못 배운 탓에 건배할 때는 ‘치어스(Cheers)’ 대신 ‘찰스’를 외치고, 흥분하면 ‘썩을년’이 버릇처럼 튀어나온다.

이쯤이면 〈오 해피데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정작 그는 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럭셔리한 역을 해보고 싶어서. 나 원래 멋부리는 것 좋아해. 영화 속 의상과 액세서리 70%가 내 거거든. 기껏해야 지금까지 몸뻬였잖아?”

심말년은 남편과 사별한 뒤 남의 집살이, 좌판 노점 등을 하며 두 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낸 억척 엄마다. 의사 아들 기백(하석진)이 별 볼일 없는 풍수지리가 박지만(임채무)의 외동딸 은호(유진)와 결혼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그런데 지만 역시 사윗감을 탐탁지 않아한다. 그래서 둘은 자녀들의 결혼을 반대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이 뻔한 이야기 영화에서 김수미는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한다. 말년은 틈나는 대로 돈과 학식을 과시하려 하지만 흉해 보이거나 상스럽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웃음코드가 된다. “거의 다 애드리브야. 어렸을 때 엄마가 ‘옘병, 지랄하네. 에이 썩을년’이란 말을 자주 했어. 미워서가 아니라 애정표현이었지. 내 딸도 이 정도는 욕이라고 생각 안 해. 싫은 사람한테는 절대 안 하니까.”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못말리는 결혼’ 주연 김수미
영화속 ‘썩을 년’ ‘셧업’ 같은말 다 애드리브야. 어렸을 때 엄마가 ‘지랄하네. 에이 썩을년’이란 말을 자주 했어. 애정표현이었지.

팔팔하던 시절을 〈전원일기〉에서 실제 나이보다 몇십년 더 나이든 일용엄니 역으로 22년 세월을 보낸 데 대한 보상일까. 그는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이 모두 사라질 50대 후반에 더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일용엄니가 그에게 기회만 준 것은 아니었다. 다른 배역을 맡아도 새 역을 가려버린 것이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좁아져 고민할 때 탈출구가 되어준 것은 연기가 아니라 글쓰기였다.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 등 소설·수필·요리책을 여러 권 펴냈다. 그리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여전히 글을 쓴다. “일반적인 멜로가 아니라 이렇게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의아한 사랑을 다룬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르면 올해 안으로 출간될 것이라고 한다. “글이란 게 참 이상해. 편안하고 행복할 때보다 힘들 때 더 잘 써지거든. 내 경우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오는 날. 특히 ‘그분’이 오시면 화장실도 안 가고 몇 시간씩 책상머리를 지켜.”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아직도 사람들에겐 그가 겪었던 불행한 사고들, 그리고 ‘빙의’도 경험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어려움을 그가 극복하고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것은 김수미란 사람이 화면 속 모습처럼 ‘강한 여자’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긴다. “화면 속하고 나는 180도 달라. 조용하고 천생 여자야. 집에서 마루 닦고, 음식 하고, 음악 듣고….”

영화계 대표 배우로 우뚝 선 그는 이제 새로운 연기변신을 꿈꾼다.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하고 싶은 연기도 사랑 연기다. “이제 좀 쉬면서 지금의 코믹 이미지가 잊혀질 때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우리나라는 영화고 드라마고 다 젊은 사람들 위주고, 내 정도 나이엔 무조건 엄마, 할머니지. 임채무씨랑 키스신도 했는데 뭐, 지금 해도 되겠더라고. 색다르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거 젊은 사람만 하란 법 있어?”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영화사 하늘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1.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2.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3.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1월 24일 문학 새 책 4.

1월 24일 문학 새 책

1월 24일 학술지성 새 책 5.

1월 24일 학술지성 새 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