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나선 엄정화
가수 엄정화 나이 들면 다들 똑같아져야 할까요? 조신해져야 할까요?
제가 역할 모델이 되고 싶어요. 배우 엄정화 사람냄새 나는 쪽에 끌려요.
민준 다음 역할은 무섭도록 섹시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뜨거운 여신이 돌아왔다. 최근 2년 8개월 만에 9집 〈프레스티지〉를 내놓은 가수 엄정화(37)는 무대에서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덮은 바지를 입고 윗옷을 벗은 남성 무용수들을 호령했다. 나이 든 여성은 섹시하지 않다고?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으로 말한다. ‘웃기시네.’ 살가운 언니(누나)도 왔다. 그는 스크린에서 도시 여성의 현실과 욕망을 대변해 왔다. 30대 여성에게 그는 땅에 디딘 발이며 판타지를 잡으려는 손으로 다가온다. 자립적이면서 편할 만큼 속물적인, 여기에 솔직한 면모를 곁들인다. 이번엔 대니얼 헤니와 함께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내놨다.(7일 개봉) 배우이자 가수인 엄정화는 대중적인 연예인인 동시에 갑갑한 상식의 경계를 밀어올리며 남들이 아직 안 간 길을 가고 있다. 이질적인 부분들이 섞여 있는 그를 표현하는 데 가장 걸맞은 한 문장은 “왜 안 되는데”가 될 듯하다. 1993년 ‘눈동자’로 데뷔한 그를 가수로서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곡들은 ‘배반의 장미’ ‘포이즌’ ‘몰라’ 등 댄스곡들이었다. ‘댄싱퀸’으로서 나이 드는 게 불안하지 않을까? 지난 29일 엄정화에게 물었다. “그런 생각 안 하다가도 이런 질문 받으면 기운이 빠져요. 30살 넘은 여성 가수는 조신해져야 해요? 다들 똑같아져야 할까요? 아니면 아예 없어져야 할까요?” 그의 무대옷을 두고도 “멋지다”부터 “낯 뜨겁다”까지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그냥 쇼예요 쇼. 즐기세요. 뭘 자꾸 생각해요.” 그 나이에 섹시함으로 무장하고 시들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여성 댄스 가수는 그 이전엔 없었다. 그는 한국의 마돈나로 불린다.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환경도 음악시장도 너무 다르잖아요. 제게는 따라갈 선배가 없어요. 후배들에게 어떤 역할 모델이 되고 싶어요. 솔직히 다음 앨범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막연하긴 해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저도 없어지고 서른 넘을 여성 가수들 저랑 똑같은 문제에 부닥칠 거예요.” 그는 댄스곡의 큰 틀 안에서 음악적인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9집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재주꾼들인 ‘캐스커’, ‘페퍼톤스’와 ‘롤러코스터’의 지누 등이 참여했다. 가수 엄정화가 ‘섹시 댄싱퀸’이란 이미지를 고수하는 데 비해 배우 엄정화는 만화경 같다. 관통하는 큰 이미지는 30대 자립적이고 소탈한 도시 여성이지만 행보가 변화무쌍하다. 결혼 따로 연애 따로, 발칙한 연희(〈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가 혼자서도 꿋꿋하거나 연애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이어가고(〈싱글즈〉) 어머니나 다소곳한 비련의 여인이 되기도 했다. (〈오로라 공주〉, 드라마 〈아내〉) “가수 엄정화는 자기 색깔 브랜드를 가지고 발전해야 해요. 브랜드가 쉽게 변하지 않듯이. 영화는 저나 다른 여자들 이야기 같기도 한 사람 냄새 나는 쪽에 끌려요.”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뒤숭숭한 만듦새를 엄정화의 이미지로 메운다. 세련되지만 친근한, 겉은 여우 같지만 속에 감춘 순박한 곰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민준은 그를 닮아 보인다. “민준은 일도 잘 하고 자신도 있지만 사랑엔 실패하거든요.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뭐가 나쁘냐’ 같은 대사에도 공감이 갔어요. 저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민준 다음은? “진짜 무섭도록 섹시한 역도 해보고 싶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떤 느낌일까? 근데 제가 너무 귀여워서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무대건 스크린에서건 그는 여전히 윤기가 흐른다. “가끔은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아요. 어떨 때는 그렇게 놀아요.(웃음) 외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생각 고쳐 ‘아싸’ 하는 거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박승화 〈한겨레 21〉 기자 eyeshoot@hani.co.kr
제가 역할 모델이 되고 싶어요. 배우 엄정화 사람냄새 나는 쪽에 끌려요.
민준 다음 역할은 무섭도록 섹시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뜨거운 여신이 돌아왔다. 최근 2년 8개월 만에 9집 〈프레스티지〉를 내놓은 가수 엄정화(37)는 무대에서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덮은 바지를 입고 윗옷을 벗은 남성 무용수들을 호령했다. 나이 든 여성은 섹시하지 않다고?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으로 말한다. ‘웃기시네.’ 살가운 언니(누나)도 왔다. 그는 스크린에서 도시 여성의 현실과 욕망을 대변해 왔다. 30대 여성에게 그는 땅에 디딘 발이며 판타지를 잡으려는 손으로 다가온다. 자립적이면서 편할 만큼 속물적인, 여기에 솔직한 면모를 곁들인다. 이번엔 대니얼 헤니와 함께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내놨다.(7일 개봉) 배우이자 가수인 엄정화는 대중적인 연예인인 동시에 갑갑한 상식의 경계를 밀어올리며 남들이 아직 안 간 길을 가고 있다. 이질적인 부분들이 섞여 있는 그를 표현하는 데 가장 걸맞은 한 문장은 “왜 안 되는데”가 될 듯하다. 1993년 ‘눈동자’로 데뷔한 그를 가수로서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곡들은 ‘배반의 장미’ ‘포이즌’ ‘몰라’ 등 댄스곡들이었다. ‘댄싱퀸’으로서 나이 드는 게 불안하지 않을까? 지난 29일 엄정화에게 물었다. “그런 생각 안 하다가도 이런 질문 받으면 기운이 빠져요. 30살 넘은 여성 가수는 조신해져야 해요? 다들 똑같아져야 할까요? 아니면 아예 없어져야 할까요?” 그의 무대옷을 두고도 “멋지다”부터 “낯 뜨겁다”까지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그냥 쇼예요 쇼. 즐기세요. 뭘 자꾸 생각해요.” 그 나이에 섹시함으로 무장하고 시들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여성 댄스 가수는 그 이전엔 없었다. 그는 한국의 마돈나로 불린다.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환경도 음악시장도 너무 다르잖아요. 제게는 따라갈 선배가 없어요. 후배들에게 어떤 역할 모델이 되고 싶어요. 솔직히 다음 앨범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막연하긴 해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저도 없어지고 서른 넘을 여성 가수들 저랑 똑같은 문제에 부닥칠 거예요.” 그는 댄스곡의 큰 틀 안에서 음악적인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9집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재주꾼들인 ‘캐스커’, ‘페퍼톤스’와 ‘롤러코스터’의 지누 등이 참여했다. 가수 엄정화가 ‘섹시 댄싱퀸’이란 이미지를 고수하는 데 비해 배우 엄정화는 만화경 같다. 관통하는 큰 이미지는 30대 자립적이고 소탈한 도시 여성이지만 행보가 변화무쌍하다. 결혼 따로 연애 따로, 발칙한 연희(〈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가 혼자서도 꿋꿋하거나 연애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이어가고(〈싱글즈〉) 어머니나 다소곳한 비련의 여인이 되기도 했다. (〈오로라 공주〉, 드라마 〈아내〉) “가수 엄정화는 자기 색깔 브랜드를 가지고 발전해야 해요. 브랜드가 쉽게 변하지 않듯이. 영화는 저나 다른 여자들 이야기 같기도 한 사람 냄새 나는 쪽에 끌려요.”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뒤숭숭한 만듦새를 엄정화의 이미지로 메운다. 세련되지만 친근한, 겉은 여우 같지만 속에 감춘 순박한 곰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민준은 그를 닮아 보인다. “민준은 일도 잘 하고 자신도 있지만 사랑엔 실패하거든요.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뭐가 나쁘냐’ 같은 대사에도 공감이 갔어요. 저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민준 다음은? “진짜 무섭도록 섹시한 역도 해보고 싶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떤 느낌일까? 근데 제가 너무 귀여워서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무대건 스크린에서건 그는 여전히 윤기가 흐른다. “가끔은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아요. 어떨 때는 그렇게 놀아요.(웃음) 외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생각 고쳐 ‘아싸’ 하는 거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박승화 〈한겨레 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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