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롤라 멕시코 영화감독 노조위원장 한국에 경고
“멕시코를 보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뒤 한국에서 그대로 일어날 것이다.”
알프레도 구롤라 멕시코 영화감독노조 위원장은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멕시코의 사례를 들며, 한·미 FTA 체결과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FTA와 문화다양성 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멕시코는 1994년 나프타에 가입했다. 멕시코 영화인들은 다국적 독점기업의 손에 영화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영화를 협정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친미성향 관료들은 3천년 이상 지속된 멕시코문화처럼 멕시코 영화산업도 자유무역을 견뎌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국영화 경쟁력’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멕시코 정부도 ‘멕시코영화 경쟁력’을 주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멕시코 영화산업은 처절하게 파괴됐다. 구롤라 위원장은 “나프타 체결 전 10년(1984~1994) 동안 750편 제작됐던 멕시코 영화 제작편수는 나프타 이후 10년(1994~2004) 동안 175편으로 줄었다”고 했다. 또 “영화 제작편수의 급격한 감소는 영화사 도산, 영화수출 감소 및 수입 증가 등을 유발시켰고,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실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프타의 경우, 10년마다 조약을 개정하게 돼있지만 친미 관료들은 멕시코 영화인들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2004년 관련 조항 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한번 맺은 조약을 개정하는 게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한국은 물론 전세계 국가들이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에 따라 무역 협정에서 문화분야를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