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앤트맨이 돌아왔다. 슈퍼히어로 중 가장 몸집이 작은 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사상 최강의 빌런과 맞붙는다.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엠시유만의 독특한 시기 구분을 가리키는 ‘페이즈 5’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우주 생명체 절반을 먼지로 만들었던 타노스와의 전면전 이후 지구를 위협하는 멀티버스라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이 등장하면서 슈퍼히어로들은 더 바빠졌다. 앤트맨이 이번에 싸워야 하는 상대는 정복자라 불리는, 멀티버스 전체를 위협하는 최악의 빌런 ‘캉’이다.
지난 두편의 앤트맨 단독 주연 시리즈의 주 무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였다. 이번 영화는 오직 양자 영역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와도 같은 양자 영역은 엠시유 사상 처음 본격 등장하는 곳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어벤져스가 이곳을 통과해 과거로 돌아간 다음, 타노스에게 빼앗겼던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는 작전을 펼치기도 했던 미지의 영역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한때 먼지가 되어 사라졌던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블립’ 현상을 겪은 이후, 앤트맨 스콧 랭(폴 러드)은 과거를 추억하는 회고록을 출간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스콧의 동료이자 연인인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은 부모인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와 재닛(미셸 파이퍼)의 기술을 토대로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스콧의 딸 캐시(캐스린 뉴턴)는 양자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던 중 캐시가 개발한 특수 망원경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캐시 자신은 물론 스콧, 호프, 행크 핌 박사, 재닛 모두 양자 영역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전편과 비교해 스펙터클한 배경 스케일은 커졌어도 좀도둑 출신 앤트맨의 ‘좀스러운’ 임무 스케일은 여전하다. 느닷없이 빨려 들어간 양자 영역에서 스콧 일행은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우주 최강 빌런 정복자 캉(조너선 메이저스)과 만난다. 캉은 스콧이 사랑하는 딸 캐시를 볼모로 붙잡아 둔 뒤, 오직 앤트맨만 할 수 있는 모종의 ‘도둑질’을 제안한다.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지만 앤트맨은 캉이 원하는 그것을 순순히 가져다줄 생각이 없다. 그것의 정체를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 위해 관객이 습득해야 할 배경 설정과 캐릭터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이후 등장하는 쿠키 영상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페이즈 4에 해당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로키> 시즌1을 봐야만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복자 캉은 <로키> 시즌1에 등장했던 ‘남아 있는 자’와 연결된 캐릭터다. 그러니까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단 뜻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앤트맨> 시리즈 1·2편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페이턴 리드 감독은 시리즈 사상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장르적 모험을 시도한다. 우주보다 더 신비로워 보이는 양자 영역의 세계는 비주얼 면에서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행성이나 외계 종족의 모습과 흡사하다.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총집합하는 설정을 형상화한 후반부 액션 장면은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캐릭터와 배경을 펼쳐 보이지만 과거 명작 에스에프(SF) 영화에서 이미 다뤘던 소재와 설정의 변주에 가깝다. 새로운 캐릭터 캉의 매력이 다소 약하다는 점도 페이즈 5에서 이어질 여러 후속작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앤트맨의 조력자이면서 동시에 독자적으로 능력과 분량을 늘려나가는 재닛과 캐시의 활약상은 기대해도 좋다.
김현수 전 <씨네21> 기자·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