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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 함께 의사당을 무너트리자!

등록 2022-04-29 19:36수정 2022-04-29 19:48

[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다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다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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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회의원 80퍼센트 이상이 백인, 남성, 법조인, 백만장자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바꿔내기 위해서 2018년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 유색인종, 소수자들이 미국 상·하원 선거에 출마했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2019, 레이철 리어스)은 여성 청년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비롯한 여성 4인의 정치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화장대 앞에 있는 알렉산드리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성 정치인들은 일반적으로 남성 정치인에 비하여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보여져야 하는지 더 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상징적이다. 복장에서부터 시작해 말투, 태도, 그 모든 것이 남성 정치인에 비해 과도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여자라서 약해 보이니 못된 여자로 보여야 한다는 등의 조언도 듣는다. 현실 속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면서 당당하게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선거 사진을 찍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임한다.

4명의 여성은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웨이트리스 일을 하는 노동자이고, 민영화된 의료보험 문제로 졸지에 딸을 잃은 엄마이자, 기업에 대항하여 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이야기하는 활동가이다. 이들은 기업과 로비스트의 후원을 거부하고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선거운동을 이어간다. 감독은 이들이 공화당보다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민주당에 도전해서 예비 경선을 치르는 과정을 성실하게 담아 나간다. 원제 ‘의사당을 무너트려라’(Knock Down the House)처럼, 그들은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을 공략하기 위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끊임없이 마련한다.

사람들은 더 힘이 약한 사람으로 ‘우리’를 대변하고, 사회를 바꾸자는 이야기냐며 이들의 도전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알렉산드리아는 지금 그 힘이 과연 우리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 반문한다. 아무도 우리를 대변해서 출마하지 않으니,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우리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용기 있게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알렉산드리아, 에이미, 폴라 진, 코리, 이들 여성이 모여 새로운 국회를 위한 포럼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 덕분에 출마할 수 있었다고 고백할 때, 보통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선언은 더욱 힘을 가진다.

여성의 목소리로 사회 변혁을 일구려 했던 도전은 아름답지만 현실의 벽은 두꺼웠다. 의미 있는 지지율을 이끌어내지만 3명은 결국 낙선한다. 이들의 도전이 모두 좌절한 것 같은 순간 기적처럼 알렉산드리아가 뉴욕 퀸스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 그는 자신의 지역을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한 사람들이 일궈낸 승리라고 기뻐한다. ‘이 땅은 나의 땅’이라는 엔딩크레디트의 노래는 정치란 누군가를 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전한다.

다가오는 6월1일이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된다. 동네 이곳저곳에 붙은 펼침막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역 일꾼임을 자임하며 펄럭이고 있다. 여성을 비롯한 청년,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2022년에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참고로 2018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성후보 비율은 8.45%에 불과했다.

영화감독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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