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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성적 자기결정권 잃은 여성들의 끈질긴 분투

등록 2022-03-09 16:08수정 2022-03-10 02:30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수상작 ‘레벤느망’ 10일 개봉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1964년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의 꿈은 작가다. 지도교수가 대학원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촉망받던 그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우연히 만난 남성과 하룻밤을 보낸 일로 임신하게 된 것.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안은 임신중지를 결심하지만, 당시 임신중절수술이 불법이었던 탓에 의사들은 그를 돌려보낸다. 주변의 외면 속에 안은 점점 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레벤느망>은 임신중지가 금기였던 시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길 바랐던 한 여성의 처절한 분투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오드리 디완 감독은 두번째 장편 <레벤느망>으로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의 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패러렐 마더스> 등 세계적인 거장의 기대작들을 제치고 영화제 최고 영예를 거머쥐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며 애정을 피력했고,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디완 감독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치켜들며 “나는 분노와 갈망, 내 배짱, 내 마음과 머리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레벤느망>은 이후 영국 아카데미, 세자르영화제, 선댄스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 감독상·작품상 후보로 올라 있다.

영화 &lt;레벤느망&gt;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어로 ‘이벤트’(사건)를 뜻하는 <레벤느망>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고백록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에르노는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다룬 <남자의 자리>(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하고, <세월들>(2008)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등을 받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임신중지가 불법이던 시절, 작가가 체험한 임신중절수술의 경험을 기록한 <사건>은, 작가 스스로도 이야기하기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내밀하게 다뤄 프랑스 문단에 반향을 일으켰다. 에르노는 “영화를 보고 매우 감동받았다”며 “오드리 디완 감독에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은 그가 진실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 &lt;레벤느망&gt;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원작 작가가 말했듯이 <레벤느망>은 극사실주의적인 연출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공기에 맞서 고투를 벌이는 안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근접촬영 방식으로 찍었다. 또 화면비율을 1.37:1로 설정하고 배우를 스크린 중앙에 오도록 해 관객들이 주인공과 심리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고조되는 심리적 불안을 내내 절제해오다 후반부에 이르러 강렬하게 폭발시킨 신인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 &lt;레벤느망&gt;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레벤느망>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안의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연출 의도는, 수시로 등장하는 전신 나체 장면, 높은 수위의 정사신, 후반부 임신중지 과정의 적나라한 묘사 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은 당연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불과 50여년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그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고난받는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지만, 시각적 불편함을 피할 순 없다. 이마저도 감독이 의도한 것일 테지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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