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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비극의 땅, 미래 위한 우크라 투쟁

등록 2022-03-05 11:54수정 2022-03-05 12:00

[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윈터 온 파이어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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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민 최소 66만명이 국외로 탈출했고, 민간인 2천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포격은 유치원, 학교, 병원 등을 가리지 않고 있어 여성과 어린이의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국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정 개입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쟁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우크라이나의 자유투쟁>(이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2015)은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민들을 얼마나 폭압적으로 진압했는지, 그리고 이 혁명이 어떤 결과로 남았는지를 담은 충실한 기록물이다. 2013년의 유로마이단 혁명은 2004년 친러 부패 정권을 몰아낸 오렌지 혁명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유럽연합 가입 협정서 서약을 앞뒀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들의 염원을 무시하고, 유럽연합 가입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기로 한다.

이에 국민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퇴보한 결정이라며 광장으로 모인다. 2013년 11월21일을 시작으로 장장 9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은 추운 겨울 광장과 거리에서 시위를 지속한다. 감독은 그 시간을 시위대와 함께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주목한다.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광장에서 자유와 변화를 외치고, 유아차와 노인들도 함께하는 초기 시위의 모습은 마치 광화문 촛불 시위를 연상케 할 만큼 평화로운 축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시청에 모여 따뜻한 음식을 나누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노년 여성의 곁에서 춤추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오히려 이 시민들이 얼마나 일상적인 자유를 염원하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들의 열망을 비웃듯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터넷 감시, 차량 시위 금지, 시위 헬멧 착용 금지 등의 독재적 법안을 통과시킨다. 시민들은 이에 풍자적인 방식으로 냄비를 머리에 쓰고 나오며 저항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무장 평화시위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력진압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고용한 티투시키라는 범죄자 단체의 무자비한 폭력과 경찰특공대 베르쿠트의 진압에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다양한 사람의 협력으로 촬영된 시위 현장의 처참함은 화면을 뚫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정부는 시위대를 납치하고, 사제들한테마저 총격하는 만행을 계속 저질렀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위대한 용기를 보여준 우크라이나 시민들로 인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결국 러시아로 망명을 하고, 시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하지만 유로마이단 시위 기간 동안 125명이 사망하고, 65명이 실종되었으며 1890명이 부상당했다는 비극적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로 인해 또다시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서로를 죽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한 여성의 말이 강렬하게 남는다. “자유를 위해 맨몸으로 투쟁했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더 이상 폭력 앞에 놓이지 않고 평화 속에서 미래를 꿈꾸고 건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화감독

강유가람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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