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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는 나와 같은 수천명의 여자들에게

등록 2021-08-28 15:07수정 2021-08-28 16:53

[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
이아이디에프(EBS 국제다큐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이아이디에프(EBS 국제다큐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2014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는 카테라는 긴 싸움을 진행 중이었다. 카테라는 자신의 친부에게 성폭력을 당해왔다. 카테라의 어머니 역시 같은 피해자로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린다. 친부는 폭력과 학대 속에서 카테라를 네번이나 임신시키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사막에 유기한다. 결국 다섯번째로 태어난 딸을 키우게 된 상황에서 카테라는 또 다시 임신한다. 폭탄이 떨어져 모두가 죽었으면 좋겠다던 카테라. 친부가 자신의 딸이 자라면 신부로 삼겠다는 말을 하자, 딸에게만은 이런 상황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목소리를 내기로 한다. 다큐멘터리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2018, 사라 마니)는 카테라의 이 싸움을 끝까지 따라간다.

처음에 카테라는 율법학자들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14명의 율법학자들은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다행히 15번째 율법학자가 미디어에 나서도록 도움을 준다. 텔레비전에 출연해 자신의 피해를 폭로한 카테라의 용기 덕분에 친부는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친가 친척들은 카테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결국 이들을 피해 주기적으로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동생이면서 자식이기도 한 두 아이와 노모를 보살피며 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처음엔 도움을 주었던 남동생들도 카테라가 방송 출연으로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힐난한다. 심지어 재판에서조차 판사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서 피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며 카테라를 몰아붙인다. 2009년 여성학대를 처벌하는 법이 아프가니스탄에 도입되었지만 피해자가 비도덕적인 범죄로 되레 기소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은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카테라의 경우처럼 피해 자체가 피해자의 비도덕적인 증거처럼 역으로 사용되면서 이 법은 거의 유명무실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아이디에프 누리집 갈무리
이아이디에프 누리집 갈무리

이아이디에프 누리집 갈무리
이아이디에프 누리집 갈무리

이 과정 속에서 카메라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카테라의 남동생들은 이제 아무도 찍지 말라며 촬영을 거부한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카테라의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의 남성들은 여성들을 계속해서 통제하고 여자들을 대신해 말하고 결정한다며 분노한다. 촬영조차 순조롭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카테라는 포기하지 않는다. 협박과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지속해 친부의 유죄를 이끌어낸다. 감독도 포기하지 않고 친가 친척의 테러 위협을 피해 망명에 성공하는 카테라를 끝까지 담아낸다.

이 다큐멘터리의 원제는 <어 사우전드 걸스 라이크 미>(A Thousand Girls like me)이다. 카테라가 방송 출연을 했을 때, 방송국으로 한 소녀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 자신의 피해를 호소했다고 한다. 카테라는 자신 같은 수천의 소녀들이 도와줄 사람과 변화된 사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섰다. 열악했던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은 더 열악한 상황에 빠졌다. 아프가니스탄 다큐멘터리 하우스 창설자인 사라 마니 감독 같은 여성들은 특히 더 위험해졌다. <버라이어티> 기자 리베카 데이비스의 인터뷰에 의하면 마니 감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영화인들이 나라를 떠나느냐, 혹은 탈레반에게 죽임을 당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카테라처럼 용기를 낸 여성들이 세상 밖으로 더 알려지도록, 카메라를 든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에게도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영화감독

강유가람 감독은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 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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